삼성전자가 이처럼 압도적 1위의 선망의 직장이 된 것은 왜일까?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이 [삼성전자의 빅픽처](저자 이재운 & 출간 미지biz)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당연스레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삼성전자의 '전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단순하게 갤럭시, 반도체 등을 떠올릴 뿐이다. 또한 삼성전자에 대한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세기만에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와 세계 3위의 이익을 창출하는 전자 '제국'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저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이 책 안에 담겨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강연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외친 이 철학은 이후 1등 삼성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이건희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3~2018년 사이 삼성전자의 매출은 31배, 영업이익은 50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 브랜드 가치도 세계 6위로 껑충 도약했다.
이러한 삼성의 저력은 그동안 철두철미함과 과감성, 그리고 '초격차'라는,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에서 나왔다고 평가받는다. 흔히 삼성전자의 강점은 반도체에 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각종 완제품, 그리고 서비스망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의 능력은 반도체 호황을 넘어, AI와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반을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 적층 낸드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시장도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나머지 두 업체(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를 '살려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이유는 첫째 어느 정도 경쟁이 있어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고, 둘째론 미국의 강력한 독과점 금지 법률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시장의 호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당장은 기술 난이도가 낮은 구형 제품부터 시작하면 초기 손실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낸드 생산라인을 D램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정부의 집중 지원까지 받아가며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납부할 법인세는 무려 16조 8천억 원이라고 한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전체 예산인 18.5조에 맞먹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기업인을 마치 범죄인 취급하고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는 달리 중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까지 넘어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의 반증이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중국 업체의 입지와 위상은 이제 함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 시장까지 마구 공략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결코 세계 1등의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에 가고 싶어요!"라는 취준생들의 바람처럼 여전히 우뚝한 인재의 화수분이자 양성소인 까닭이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삼성전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삼성전자는 과연 거대 공룡 노키아처럼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의 난관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삼성전자'라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큰 시야에서 개괄할 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흐름과 경쟁 기업에 관한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선진국이 되자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최소한 10개는 더 '창출'되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제발 정부는 기업(인)의 팔을 비틀지 말라.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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