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억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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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억울함에 대하여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2-22 10:11
  • 수정 2019-02-22 10: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우리 주변에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을 봐도 그렇고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참 억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억울하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벌을 받거나 분하고 답답한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억울하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고 올바른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에 대해서 비난을 받고 오해를 받는다면 답답해서 억울하기도 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억울함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억울함의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와는 다르게 그리고 때로는 사실과 진실의 여부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에 의해 오해를 받고 비난을 받게 되면 답답하고 억울하게 됩니다. 이런 억울함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과 사실이 드러나고 자신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그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실과 진실이 점점 더 왜곡되어 더 큰 억울함에 직면하여 불행하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 어떤 일이나 사건, 행위 등으로 인해서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실과 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항변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변명과 핑계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억울함이 해소되기는커녕 또 다른 오해와 왜곡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억울함에 대한 판단은 사실과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서 상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따라서 판단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는데 있습니다. 

 

더구나 그 억울한 것이 법이나 규정에 따라서 판단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행위나 상황이 사실과 진실과는 다르게 법이나 규정에 의해서 판단되고 결정됨에 따라서 자신의 의도나 생각 또는 행위나 상황과는 다르게 부당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면 정말 답답하고 억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이미 법이나 규정에 의해서 판단되고 결정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 판단이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부분 받아들여야 하고 그 결정에 따라야만 합니다. 아무리 자신의 입장에서 사실과 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법이나 규정에 의한 판단과 결정에 따라 발생한 억울함은 소송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구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구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소송에 의한 법원의 판단은 대부분 사실과 진실을 통한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에 정해진 법리와 증거를 기준으로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억울함의 감정이 절대적인 판단과 결정의 기준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떤 억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당시의 물증이나 자료가 사실과 진실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나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그 당시의 상황만이 원인이 되거나 진실과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의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나 행위의 전후사정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우리는 전후의 사정이나 정황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어떤 행위나 사건 자체만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어떤 사건의 발생이 악의적이거나 적어도 의도한 결과 나타난 것이고 그것이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난 경우라면, 그 결과에 대해서 비록 자신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난과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고 특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면, 그 상황에 따른 결과는 모두에게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소위 말하는 ‘형평성’의 문제로 인하여 다른 경우 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판단이나 결정을 제한하기 때문에 또 다른 억울함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억울함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에 대한 문제는 바로 우리가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함에 있어서 소위 ‘객관적’이고 ‘공정함’을 근거로 개인적인 정황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정함이나 객관적인 판단은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만약 객관적이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결정이나 판단을 하게 되면 질서와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악의가 없고 의도하지 않은 행위나 상황에 의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가 없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형평성을 과도하게 적용한다고 하면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억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소위 ‘당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정말 억울한 것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사실과 진실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억울함도 있고, 법이나 규정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당하는 입장’에서 억울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억울함은 어디에도 호소할 곳도 없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물론 당장의 억울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스스로 포기하고 체념하고 또 때로는 사실과 진실이 밝혀지면서 해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행복’이라는 전제에서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면, 살면서 발생하는 억울함은 없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억울함이 없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당하는 억울함을 살면서 우리도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억울함을 당한 경우는 없는지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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