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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셔머 지음 | 김성훈 옮김 | arte(아르테)
죽음 뒤에 우리는 천국으로 향할까. 영혼이 축복받는 나라라는 그 곳에 정말 갈 수 있다면, 죽음은 영원한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아닌가. 정말로 천국이 있다면 가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여전히 사후 세계의 존재를 기대한다. 그리고 가급적 현실보다 나은 사후 세계를 바란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인간의 죽을 운명은 천국을 낳았다.' 책 『천국의 발명』의 표지에는 도발적인 문구가 인쇄돼 있다. 생명이 연장돼 봤자 125세를 넘기지 못할 운명인 인간이 죽어야 할 이유로 삼는 것이 천국인 셈이다. '삶이 고달플수록 저버리기 어려운 달콤한 약속'이 된 천국은 미국인 대다수, 심지어 무신론자 상당수가 '있다'고 믿는 세계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 박사는 이런 인간의 사후 세계에 대한 강박관념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사후 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부제답다.
셔머가 심리학자인 아논다 사이드와 케빈 맥카프리와 함께 텍사스주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사형수가 425명이 남긴 '마지막 말'을 분석한 결과는 천국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사랑'에 관련된 단어였다. '입술에 사랑을 담아 돌아옵니다.' '제게 사랑을 보여주시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책에 소개된 대로 여러 사형수들의 최후 진술에 따르면 감옥은 지옥과 같고, 죽음은 오히려 그러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존재였다. 사후세계는 '더 좋은 어딘가'와 같은 희망적인 단어로 언급된다. 책의 전제처럼 '죽을 운명'은 행복한 사후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죽음에 대해, 다양한 이들의 코멘트와 과학적 조사를 보여주는 468쪽의 여정 끝, 셔머가 건네는 조언은 외려 담백하다. 엔트로피라는 자연법칙에 대항해 생존하고, 번식하고, 번영하는 '엑스트로피'적인 행위들로 맞서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자각한 삶을 영위하는 종은 우리뿐이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천국은 최고천의 하늘 높은 어느 곳에 있지 않다. 천국은 우리 주변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목적을 스스로 창조한다. 우리는 자신의 천성을 다함으로써, 자신의 본질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감으로써, 스스로에게 충실함으로써 이 일을 해낸다'는 마지막 장의 내용처럼 '죽음 뒤에 그곳'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삶의 목적을 이뤄야 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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