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 도심의 전통시장. 하지만 상인과 소비자 간에 오가는 현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달걀 반판을 파는 상인을 비롯해 모든 상인들이 체크카드를 받는다는 팻말을 걸어 놨다.
카라카스 시민들이 '증언'한다. "현금을 구할 수가 없어요. 화폐개혁을 위해 엄청난 돈을 썼는데 아무 효과가 없는 거죠." "초인플레이션이 다 먹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돈이 없는 겁니다."
베네수엘라 화폐는 이제 종이접기에 사용될 정도로 가치가 추락했다. 설상가상 국가 생산 활동까지 없다보니 은행은 신용이 없어져 돈을 만들어 낼 돈이 없다. 물가폭등에 화폐 부족까지, 국민들은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
이번엔 신문을 들여다본다. 2월 13일자 조선일보엔 [스페인에서 몸파는 베네수엘라 여인들]이 게재되었다(내용은 필자가 축약했다).
- "22세 베네수엘라 여성 루시아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 지역 유명 관광지 '태양의 해변'에서 몸을 팔고 있다. 관광객을 상대해 번 돈을 고향인 베네수엘라 북부 도시 마라카이의 가족에게 생활비로 보낸다.
루시아는 마라카이에서 간호학과를 다니던 여대생이었지만 베네수엘라가 경제 파탄 상태에 빠지자 스페인으로 왔다. 스페인 도시에서 또 다른 '루시아'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야기한 경제 파탄으로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스페인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20세 전후 베네수엘라 여성이 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더선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이후 30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고국을 떠났다. 더선은 "스페인의 베네수엘라 매춘 여성 중에는 고국에서 의사, 교사 등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던 경우도 제법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은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7만%에 달했고, 현재 실업률은 30%를 넘는다. 병원에 기본적인 항생제도 없다." -
이쯤 되면 한 마디로 지옥이다.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위기는 미국이 꾸며낸 것이며,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며 국제 사회의 의약품 원조조차 거부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그래서 원조 물자를 실은 트럭들의 국경 진입을 군부가 막고 있다니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심경은 오죽할까!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이란 별칭답게 한 때 남미에서 매우 풍요로운 국가였다.
의료진과 의료 기술까지 뛰어나 남미 의료관광의 메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휴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시작된 좌파정책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면서 경제난을 자초했다.
차베스 정권은 지난 1998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을 국유화시켜 서민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무상 복지 정책을 펼쳤다. 국가 경제개발 대신 국민을 상대로 퍼주기 식 복지에 쏟아 부었다.
차베스가 2013년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스스로 차베스 신봉자임을 일컫는 '차비스타'를 공언하며 좌파 정책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곧이어 베네수엘라의 재정 상태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떨어지면서 함께 무너졌다.
전형적 포퓰리즘의 처참한 결과를 맞은 것이다. 포퓰리즘(populism)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본래의 목적보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확고한 정책적 가치관 또는 정책의 합리성과 경제성의 기준도 없이 상황이나 민중의 뜻에 따라 정책을 펴는 정치행태로, '대중영합주의'라고도 한다.
선거철만 되면 없는 다리(橋)도 만들어주겠다는 공약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하겠다. 세계 미인대회에서 입상자를 대거 배출하는 베네수엘라에서 미인대회 수상자들마저 경제난을 피해 외국으로 떠난다는 것은 국가적 이미지까지 추락하는 포퓰리즘의 부메랑이다.
공짜 점심엔 독약이 묻어 있다. 또한 포퓰리즘의 끝은 비극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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