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한남대 교수. |
멎었다 뜨는 사이,
잠시 그쳤던
눈발이 차창을 휘감는다
대숲으로 담을 친 마을
퍼 올리는 저녁연기 사이로
기적 소리에 놀라
한 떼의 새들은 눈 속을 튕겨 오른다
예년의 이맘때쯤일까. 완행열차를 타고 함박눈 속 함열 지나던 날. 그때는 호남선에도 완행이 달리던 때. 개찰구를 막 빠져 나와 미처 기차에 오르지 못한 아낙이 함지박을 인 채 손사래를 치고 있었지. 동동동 발 구르며, 달려가는 열차를 망연히 바라보았지. 멀어지는 철길 위로 떠받쳐 인 아낙의 함지박 속으로 땅벌처럼 달려들던 눈발. 지금은 KTX를 타고 흔적도 없이 지나가는 곳. 그렇게 우리 삶의 배경으로 사라져 버린 곳.
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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