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출판사 제공 |
"두브로브니크성이 그 바닷가에 서 있었다. 성안 골목 돌길을 걸으면서 갖가지 느낌과 생각에 잠겼다. 손으로 성벽을 쓰다듬자 돌이 사람이 되어 말을 걸어왔다. 성벽을 쌓고 성벽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성벽을 부수고 그 부순 성벽을 다시 쌓은 이야기도 있었다. 아니, 그것은 절규였다. 그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들이 남긴 영광과 좌절, 희열과 비탄의 자국을 따라가는 순례지였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에서 두 남녀가 만난다. 남자인 준선은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에서 재판관으로 일한 법률가 출신으로, 재판관 직을 마무리하고 발칸반도의 역사를 되짚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자인 유지는 불치병에 걸려 여행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크로아티아에 도착했다.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두브로브니크의 역사와 미술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고, 각자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떠난다.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로드무비적 성격을 가진다. 지리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복잡한 사연을 지닌 아드리아해의 3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과 잔혹한 현대사, 가슴 아픈 개인사가 어우러져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펼쳐진다. 더불어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나폴레옹, 프랄랴크, 미하일로비치와 티토, 티치아노, 조르조네와 미켈란젤로 등 역사에 족적을 남긴 여러 인물에 대한 풍부한 상상과 사실도 여정을 함께 한다.
작가 신영은 정치인 신기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4선 국회의원으로 20여년 간 왕성한 정치활동을 하며 개혁정당을 창당하고 집권 여당의 대표를 지내는 등 한국 정치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이후 소년 시절의 꿈이었던 소설쓰기에 몰두하던 중 국가 최고의 도서관정책 기구인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첫 소설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날카로운 시선과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준다. 꼼꼼한 자료로 풀어나간 이야기는 여행안내서와 인문 교양서의 역할도 더한다. 정치인 신기남에서 소설가 신영으로, 작가 역시 두브로브니크에서 새 사람을 만난 셈이다.
오는 26일 오후 3시에는 공주 강북도서관에서 북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계간지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이 주최하고 공주시와 공주시도서관이 후원하는 북콘서트에서는 신영 작가와의 만남, 문학산책이 예정돼 있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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