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위기, 변장된 축복의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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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위기, 변장된 축복의 다른 말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 승인 2019-02-18 11:02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최종인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위기를 언급하는 내외 언론이 많다. 물론 혁신국가를 평가하는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우리나라가 1위라는 다른 결과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지고, 새로운 선도형 혁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 여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기업가정신이 OECD 국가 중 하위수준이라는 GEM 등의 조사를 볼 때도 그 위기감이 크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야심찬 '중국제조(MIC) 2025'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독일 싱크탱크 MERICS(2016)는 가장 고위험 국가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중국이 선정한 10대 기술이 우리와 중복되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개입과 기술확보 등의 선도전략으로 수출중심의 우리는 그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북공정 등으로 고구려 등 고대사를 왜곡함으로써 곳곳에서 충돌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한편 안보 면에서도 북핵 위협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그리고 한일 간 군사불협화음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한미일 3국 동맹의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임진왜란 당시 정무와 군무를 총괄한 서애 류성룡 선생은 전쟁 후 쓴 '징비록'에서 전쟁상황을 상세히 기록하며 후대에게 경계와 교훈을 남겼다. 그의 통찰, 준비, 방법론의 메시지는 지금도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경험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프리카 가나의 소득에 불과한 60년 전, '머리에서 캐는 자원'인 원자력기술을 배우기 위해 간 젊은이들은 미국 엔지니어들이 '노하우'를 가르쳐주지 않자 '노와이'(know-why)를 통해 역행적 엔지니어링과 기술 학습을 달성하였다. 40년 전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철수 등의 정책에서도 우리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구축했고, 반도체를 미래의 쌀이라고 본 삼성과 대기업은 오늘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30년 전 인공위성 기술을 배우러 영국에 간 학생들도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또 20년 전 IMF 구제금융을 받고 각 산업이 구조조정 될 때, 이를 '변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으로 평가받을 만큼 벤처기업 육성이란 새로운 돌파구로 그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우리의 DNA 속에는 위기극복의 인자가 자리하고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협력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농사를 지을 때 경험 많고 일 잘하는 왼편의 소를 '안소'라 부르고, 오른편의 경험적은 소를 '마라소'라고 부른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밭을 500평 간다면, 멍에(yoke)로 연결해 둘이 협력하면 2000평을 간다고 하니 대단한 성과이다. 비록 멍에로 구속되는 면은 있지만, 성과도 클 뿐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면 마라소가 안소의 역할도 담당하니 학습효과도 대단하지 않은가?

함께 모여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거두는 클러스터가 혁신의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정세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미래를 향한 비전공유, 가치창출 및 협력을 실천할 때 우리 부모세대가 남긴 것 이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자랑스런 세대로 남을지 여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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