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트램이 넘어야 할 고개는 테미고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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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트램이 넘어야 할 고개는 테미고개가 아니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02-17 09:41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드리워졌던 안개가 완전하게 걷혔다. 그간 기본계획을 마련하고도 타당성 재조사의 문턱에 걸려 있었으나 정부의 도움으로 사업추진을 담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램의 추진이 기정사실화되자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테미고개’의 지하화나 4차로 구간의 교통 혼잡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테미고개의 경사 문제도 의외다. 테미고개의 경사는 해결 가능한 기술적인 문제이거나 지엽적인 문제일 뿐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트램이 넘어야 할 고개는 테미고개가 아니라 다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 번째 고개는 절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예타가 면제되었다고 모든 절차가 말끔하게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예타가 면제되었기 때문에 재원조달방안, 중장기 재정 소요, 효율적 대안 등의 분석을 통해 적정 총사업규모를 검토하는 것이다. 총사업비가 확정되는 중요한 절차다.



두 번째 고개는 대전 트램사업이 갖는 특성으로 인한 것들이다. 대전의 트램은 본격적인 간선대중교통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다른 도시에서도 추진된다고 하나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이며 매우 짧은 지선일 뿐이다. 바꿔 말하면, 대전은 국내 트램사업에 대한 기술과 인력과 노하우가 전무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지하철도 건설했는데 지상에 철로 하나 놓는 것이 대수냐고 하는 이도 있다. 모를 때는 쉬워도, 알면 어려워지는 법. 도로 위에서 주행하는 트램은 지상의 모든 교통에 영향을 주어 기존 노면 교통체계를 완전하게 바꿀 것이다. 도시경관도 크게 바뀌고 가로의 환경도 변할 것이다. 도시공간이 재편되는 것이다. 모두 녹록지않은 문제들이다.

트램 차량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장착 트램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국산 트램차량 제작경험이 거의 전무한 셈이다. 안전과 편의성을 담보하여야 하는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차량선정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처음이기 때문에 맞닥뜨려야 하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스스로 풀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국내 인력과 기술로만 할지, 해외 기술을 도입할지, 도입하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세 번째 고개는 트램으로부터 무엇을 얻을지 분명히 하고 밑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유럽의 도시들에서는 이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형태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업목적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설정되고 방향에 따라 계획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트램 앞에 여러 고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개는 넘으라고 있는 것. 지혜를 모으겠다는 자세가 있다면 어려운 고개라도 잘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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