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하더라도 도전만큼은 멈추지 않는 삶을 견지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항상 공부한다는 자세이다. 매달 많은 양의 책을 읽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사이버 대학에서의 공부는 이러한 '열공'의 반증이다.
지천명을 지난 나이에 공부해서 딱히 출세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지식과 소양을 갖춰 시쳇말로 '꿀리지 말자'는 각오다. 입 밖에 낸 말, 쏴 버린 화살, 그리고 흘러간 세월과 놓쳐버린 기회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머지않아 아들과 딸을 결혼시키면 며느리와 사위까지 볼 것이다. 그때도 여전히 우리 시아버지(장인)께선 공부에 열중하시고 나태함이 없는 분이란 말을 듣고 싶다. 천리를 한걸음엔 갈 수 없다. 그러나 시작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목적지에 닿기 마련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실패다. -
이상은 지난 2010년도에 필자가 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라는 글이다.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세월의 빠름을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사이, 이 글의 바람처럼 두 아이는 모두 결혼했다. 딸은 지난달에 외손녀까지 선물했다.
덕분에 필자의 카톡은 외손녀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아기는 꽃이다. 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때문에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 피어> 시를 호출한 것은 외손녀 하나로 말미암아 우리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사돈댁에서도 연일 웃음꽃이 피어서다. 한데 이처럼 고무된 와중에 악재가 돌출했다.
2월 10일자 서울신문 [개학 코앞인데 '기습 폐원'… 사립유치원에 볼모 잡힌 학부모들] 기사가 이러한 불안감 증폭의 진앙지(震央地)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3월 개학을 앞두고 폐원하면서 새 학기를 준비하던 유아들과 학부모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벌어진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폐원 후유증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던 유치원 외에도 1~2월 사이 전국 곳곳의 유치원들이 갑작스럽게 폐원을 추진해 학부모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의 대형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두고 충돌하면서 애먼 학부모들이 그 파편을 맞는 모양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육아와, 자녀의 교육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처럼 유치원 현장에서도 파열음이 계속되면 뉘라서 다시 또 아기를 낳겠는가?
서두에서 '사노라면 갖가지 암초들과 만나게 된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10년 전에도 암울하였기에 그 같은 표현을 불사했던 것이다. 그 사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과연 어찌 변했던가? 육아 때문에 할 수 없이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일컫는 '경단녀'가 급증했다.
반면 경기침체와 시급 인상 등으로 말미암아 알바 자리마저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어제 야근을 들어가기 전 떡볶이 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 갔다. 예전처럼 음식을 나르는 '서빙 직원'은 없었다. 대신 가게 입구엔 무인 주문 결제 기계가 보였다.
손님은 직접 기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원하는 메뉴를 정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했다. 주문서는 자동으로 주방까지 동시 출력됐고 손님이 직접 떡볶이와 단무지 따위를 받아서 먹어야 했다.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필자에게도 손녀가 생기니 다시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다곤 하지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여야 한다. 당연히 '집안의 꽃'인 아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역시 <나 하나 꽃 피어>가 되어야 옳다.
사랑하는 자녀(아이)가 올바르고 흔들리지 않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돼야만 집안도 덩달아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꽃밭이 될 수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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