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한남대 교수. |
텃밭 일구어 빛을 뿌려온 사람
한낮의 고단함 건너와
매일 밤 등불에 심지 돋우고
등피 문질러 세상을 닦아온 사람
어둠 속 늘어가는 등을 헤며
불빛 다해 새벽 올 때까지 깨어도
우리 그의 마음 한편 바라볼 수 없는데
밤마다 빛을 심어 세상을 일구는 사람
우리가 곤함에 취해 온통 잠속에 빠진 밤. 들녘의 풀잎도 캄캄한 어둠이 지배하고 도랑물 소리 숨을 죽인 밤. 그래도 우리가 새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건 그 사람 때문이다. 그는 일생 어둠 밭을 일구고 별의 씨앗을 묻어온 사람. 그는 밤새 깨어 등을 닦아 새벽을 불러오는 사람. 그가 불 밝혀 하늘에 걸어놓은 수억의 등불들. 그의 손은 보이지 않으나 거대한 하늘 지배하는 힘. 그의 온기 느낄 수 없어도 새벽이면 밝아오는 골목길.
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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