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 |
해마다 1월 둘째 주에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전 세계 120개국 이상에서 18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가운데, 인간의 혁신기술이 빚어낸 신기술과 신제품을 전시하는 창의와 혁신의 경연장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CES 자체가 의미하듯이 말 그대로 ‘소비자 가전 쇼’이다.
올 해로 52회째를 맞이하는 CES는 1967년 뉴욕시티에서 시작하여 11년이 지난 1978년에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로 장소를 옮겨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CES는 인간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윤택해지고 사회가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산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50여년의 동안의 CES를 통한 혁신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1968년에는 지금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마우스가 처음으로 시연되었고(물론 이 기술은 16년이 지난 1984년에 애플의 매킨토시에 의해 상용화됨), 이듬해인 1969년에는 인터넷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ARPANET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1977년에는 애플사가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하였으며, 1981년에는 IBM이 MS-DOS에 기반한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하여 본격적인 정보화시대의 도래를 이끌어내었다. 1982년에는 세계 최초로 CD 플레이어가 미국에서 판매되었고, 1985년에는 CD-ROM이, 1992년에는 Mini 디스크 시스템이 CES를 통해서 소개되기도 하였다.
가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TV는 1995년에 평판 플라즈마 디스플레이가 소개되었고, 1998년에는 최초로 HDTV가 판매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2002년에는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이 등장하였으며, 2007년에는 드디어 이동전화시장과 인간의 삶에 또 다른 혁신을 일으키게 되는 스마트폰이 애플사를 통해서 세상에 등장하였다.
이어서 2014년에는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3D 프린터가 세상에 등장하여 세계적으로 메이커(Maker)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CES는 TV, 냉장고 등으로 대표되는 백색가전을 표방하는 쇼에서, 이제는 이동전화를 포함한 통신장비와 드론, 로봇 등 4차산업의 다양한 산업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지속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수년전부터는 자동차 특히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기술 및 제품전시도 본격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막으로 대표되는 네바다주 한 가운데에 도박과 유흥의 신세계를 건설하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한 인간의 용기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오늘의 라스베이거스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한 곳에서 인류의 역사와 삶의 지평을 바꾸기 위한 혁신기술의 향연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라스베이거스와 CES가 인간의 혁신적 DNA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세계최대의 가전쇼 CES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창업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다.
즉 CES가 제공하는 다른 차원의 전쟁터가 있다. 바로 스타트업만을 위한 별도의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Ureka Park)존이다. LVCC(Las Vegas Convention Center)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심인 Central관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시되는 North홀, 그리고 드론, 로봇 등 다양한 중소기업들의 혁신제품을 볼 수 있는 South홀과 South플라자관과는 별도로 Sands Expo 1층에 마련된 유레카 파크는 전세계의 스타트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총성없는 전쟁터이다.
올해만하더라도 유레카파크에는 전 세계 40개 이상의 나라에서 1,200개 이상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참여하였으며, 유레카파크를 통해 2012년부터 지금까지 누적기준으로 15억불의 투자유치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왜 세계 최대의 가전쇼에 스타트업만을 위한 별도의 경연장이 만들어졌을까?
지금까지의 1, 2, 3차 산업혁명을 살펴보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혁신 산업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이 윤택해지고 더불어 경제도 발전하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는 시대에는 그동안 산업과 경제를 주도해왔던 대기업만으로는 혁신과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혁신성장의 추진체가 절실하게 되었다.
즉 대기업도 개방형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도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혁신창업 생태계의 조성만이 향후 각 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에 절대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영국, 미국, 홀랜드 심지어 중국 등의 각 나라가 정부주도로 유레카 파크 내에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하여 자국의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혁신적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보이지않는 무한경쟁이 CES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2년간 CES의 역사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적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기존의 대기업을 대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따라서 혁신성장이 국가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다루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혁신창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이다.
즉, 혁신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을 고등교육단계에서부터 조기시행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재도전을 응원하는 성숙된 재창업 문화의 안착, 그리고 각 부처마다 독립적으로 시행되는 각종 창업정책의 장벽을 허물어 부처 간, 프로그램 간 수평적 연계가 강화되는 창업생태계의 발전적 진화를 모색하여야한다.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 험난한 길이지만, 그리고 때로는 혁신의 주체가 혁신의 대상이 되는 우를 범하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DNA가 우리 사회에 살아 숨쉬도록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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