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지킬박사는 착하고 하이드씨는 나쁜가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지킬박사는 착하고 하이드씨는 나쁜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승인 2019-02-13 17:54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지킬박사와하이드씨의
 민음사 제공


이중인격이나 성격분열이라는 단어와 연관돼 가장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면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일 것이다. 학식이 높고 선한 인물로 사회적 명망을 지닌 지킬박사가 인간의 선악을 구분할 수 있는 약품을 만들어 복용한 결과, 악성을 지닌 추악한 하이드로 변신하고 점차 악이 선을 이겨 지킬박사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 큰 줄거리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한국에서 9번째 시즌을 맞을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유명한만큼, 그러나 실제로 소설을 읽고 글 속에서 18세기 영국 고딕소설의 전통과 추리소설 구성까지 느껴 본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풍부한 변주를 가능케 하는, 시대를 앞선 작품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나 잭 런던, 헨리 제임스, 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많은 작가로부터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는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라는 원제를 살렸다. 가장 인상적인 판본을 남긴 S. G. 흄 비먼의 일러스트를 담았으며, 2006년 <오만과 편견>의 공역자로서 영미문학회의 '번역작품 샘플평가'에서 대상을 받은 전승희 영문학자가 새롭고 충실하게 번역했다.



영화나 뮤지컬 같은 대중문화로 접하는 지킬과 하이드는 각각 인간 본성의 선악을 상징한다. 그래서 지킬은 선한 동기로 실험을 시작했으나 자신이 창조한 하이드 때문에 괴로워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지킬은 "자신의 성격을 어두운 면과 선한 면으로 구분한 뒤 전자를 감추고 후자를 내세워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을 즐기는 극단적으로 위선적인 인물"이다. "학문적 열정, 종교심과 자선" 등의 가치관을 추구함으로써 당시 존경받는 이상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 그는 "스스로 부도덕하고 악하다고 여긴 성향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다. 오히려 양심의 가책 없이 그런 성향을 발휘하고 즐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악한 인물로 둔갑하는 약을 개발한 것이다." 작가는 지킬을 통해 내면에 잠재돼 있는 '위선'을 경고하고, 나아가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왜곡된 도덕의식을 지적한다. 21세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세계는 지금도 지배욕과 권력욕으로 얼룩져있다. 지킬과 같은 위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다시 읽어야 할 기이한 이야기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2.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3.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1.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2.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5.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