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그렇지만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종류의 평화가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당장은 무력 충돌 없는 상태인 소극적 평화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도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인 적극적 평화를 추구할 것인가다.
우리가 원하고 당연히 이뤄내야 하는 것은 적극적 평화다. 고작 소극적 평화인 당장의 평화를 위해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북한의 핵을 언제까지 머리에 짊어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의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적인 요소이자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어떤 수준의 논의들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방식과 로드맵 및 철저한 검증절차가 이루어지는 '빅 딜(big deal)'이 성사되어야 한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고 미국은 이에 상응해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과 경제발전 등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바로 이행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물질과 시설폐기를 철저하게 사찰하고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몰 딜(small deal)' 등과 같은 단계적 노력으로는 북한에 시간만 벌어줄 뿐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꺼번에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첫 단추라도 끼우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와 주장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한다고 명시한 2005년 9·19공동성명, 북한의 핵 불능화를 담은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 핵 리스트는 제외하고 영변 핵시설 가동 자료만 제출한 2008년의 자료 제출 등의 예들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북한과의 성명이나 합의 중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것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번 회담이 만약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 동결로 종결된다면 한반도에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란 없을 것이다.
정상회담으로 국내에서 평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 국가 안보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져야 한다. 국가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서는 긴장 완화를 통한 평화협상 노력과 함께 굳건한 국방안보 태세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달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육군이 최근 실시한 대테러훈련과 혹한기 전술훈련이 남북 사이에 조성된 평화와 대화 국면을 해칠 수 있으니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우리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저의를 드러냈다.
남북 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하지만, 철저한 국방 안보 태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평화를 향한 노력과 국가 안보는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
역사는 국가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화 또한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베트남이 그 살아있는 증거다.
안보에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평화는 국가 안보와 함께해야 한다. 그리할 때 한반도에는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찾아오고 종국에는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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