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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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9-02-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명절을 앞두고 아침 일찍부터 군대에 가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새 군대는 명절이나 휴일에는 아무 때나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아들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행동하는 동기들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군대에 가면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보니 별일들이 다 일어나는 곳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들은 워낙 바른 것을 주창하는 사람이다 보니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남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에 대해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유달리 더욱 힘들어 하는 거 같았다.

어느 날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들이 얼굴에 상처가 나서 집으로 왔다. 깜짝 놀란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중에 담임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어머니, 다른 반 남자아이들이 장난으로 여자 화장실 앞에서 여학생들이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나 봐요. 그런데 석주가 그 남자아이들을 여자 화장실에서 끌어내려고 하다가 여러 명에게 맞았대요. 어머니, 제가 그 반에 가서 그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속상해 하시며 말씀하셨다.

유치원 때도 그 아들은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지 않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는 법이 없었다. 그 아이들의 목덜미를 잡고 굳이 끌고 가서 횡단보도 쪽으로 건너게 했다. 이런 아들을 다른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본인뿐만 아니라 남들까지 다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아이들에게 눈총을 받는 아들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런 아들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곤 했다.

예전에 나 또한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해야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기준을 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기준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판단해버렸었다. 그런 나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함부로 가까이 하기에 먼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국 송나라 때 여몽정이라는 사람이 재상이 되었다. 그가 재상이 되자 시기한 누군가가 험담을 하고 다녔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지만 여몽정은 한사코 그들을 말렸다.

"거머리와 같은 그들을 완전히 뿌리를 뽑는 것은 어려운 일이오. 따라서 너무 심각하게 대응하거나 과도한 처벌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을 듯하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고 사람이 너무 엄격하면 인심을 잃게 마련입니다. 군자가 소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가시로 여기고 지나치게 이를 추궁하면 일을 그르치고 맙니다. 차라리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일을 처리하는 데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 말에서 그가 재상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했다고 한다.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 법이라는 뜻이다. 사람 역시 지나치게 엄격하면 인연을 쉽게 잃을 수 있다. 한 사람의 결점을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다른 능력까지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다른 재능을 활용할 기회조차 놓쳐버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 보면 의견도 안 맞을 수 있고 충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작은 잘못이나 실수를 지나치게 마음에 두거나 다스리려고 한다면 그 누구도 함께 일을 도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들아! 그들을 책망하기보단 조금 너그러운 마음과 융통성 있는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잘 이끌어 줄 수 있다면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너는 더욱 성숙된 사람이 될 것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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