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한남대 교수. |
눈발에 취해 동목(冬木)과 뒤엉켰다
뚝뚝 길을 끊으며
퍼붓는 눈발에
내가 묻히겠느냐
산이여, 네가 묻히겠느냐
수억의 눈발로도
가슴을 채우지 못하거니
빈 가슴에 봄을 껴안고 내가 간다
내장산 일품인 가을 단풍이 지고나면 곧 겨울이다. 연이어 쏟아지던 눈발. 떠나간 붉은 색 단풍과 대조되어 온통 흰색으로 변신하는 숲.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싱싱한 시간이 있었다. 어느 겨울 내장산에서 만났던 그 눈발은 내 일생의 빛나는 추억. 온 산을 떼 호랑이소리로 울고 가던 바람 속에서, 쏟아지는 눈발을 어깨에 받으며 오랜 동안 홀로 들으니. 산은 그 품안에 빈 들을 끌어 이 세상 가장 먼데서 길은 마을에 닿고 있었다.
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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