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 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1심에서 무죄 선고가 항소심 판결에서 뒤집힌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지시를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안 전 지사는 앞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바 있는데 지난 8월 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안 전시가 법정구속됨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정치적 재기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 나온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는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아 일말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이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2심에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 한 점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무거운 법적 책임까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회적 비판까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치인' 안희정은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당 소속이 아니어서)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치인의 생명과 같은 도덕성에 이미 치명상이 간데 다가 2심에서 사법부의 무거운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정치권 복귀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촌평했다.
한편, 충남 논산출신인 안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조기대선에 앞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차기잠룡과 충청대망론 주자로 입지를 굳혀왔지만, 정치적 '사망선고'를 앞두게 됐다. 충청권도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정치적 무게감을 키워온 안 전 지사 때문에 지역 현안 추진 또는 예산확보에서 탄력을 받는 '안희정 효과'의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이젠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충청대망론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정치인의 낙마를 봐라 봐야 하는 상실감이 감지되고 있다. 동시에 성폭행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단죄를 한 '사필귀정' 판결이었다는 여론도 무겁게 일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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