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다문화, 그들과 함께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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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다문화, 그들과 함께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

허태정 대전시장

  • 승인 2019-02-06 10:17
  • 신문게재 2019-02-07 11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허태정 유성구청장
허태정 대전시장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80년대 후반이다. 부족한 현장인력을 보충하기 위함이었고, 1990년대 초부터는 농촌을 중심으로 한 이주결혼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결혼이민자들의 2세들도 어느덧 성인이 됐다. 곧 3세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그 영역을 차지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외국인 및 이민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총괄기구를 설치하면서 우리사회는 공식적으로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게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외국인 주민은 외국인 노동자가 49만6000명, 결혼이민자가 16만1000명, 유학생이 11만7000명 등 총 186만 1084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 총인구 대비 1.1%였던 비율이 2017년에는 3.6%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주민들은 이제 우리사회 빈 곳을 채워가는 노동자이자, 소비자, 주민이 됐다. 이들이 없으면 생산과 소비 모두 누수가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반면, 정작 이것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정책과 예산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이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오며 형성된 순혈주의에서 나오는 외부인에 대한 거부감과 갈수록 침체된 국내 경기와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피로감은 자칫 외국인에 대한 시각을 차갑게 만들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에서 다문화에 대해 가장 반감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20대라는 조사가 나왔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교육을 가장 잘 받고 자란 세대에서 나온 결과라서 심각성은 더하다. 최근에는 이런 혐오가 개인의 감정 표시 차원을 떠나 반(反)다문화 정서표현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다.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출산율은 OECD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국가 자체의 실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한 이주를 통한 인구유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7백만 명의 우리 민족이 181개국에 뿌리내리고 있기도 하다.

고려는 '내자불거(來者不拒)', 즉 '오는 자는 거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귀화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호적에 편입시키고, 성을 하사했고, 성을 하사할 때는 관직을 제수하고 작위를 주며 식읍을 함께 내리기도 했다. 또한 고려 4대왕 광종은 중국 5대 10국시대, 후주(後周)에서 온 쌍기(雙冀)를 중용해 과거제도를 만들어 국가의 기틀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고려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최측근으로 조선 창건의 혁혁한 공을 세운 이지란(李之蘭)은 본래 이름이 퉁두란으로 여진족이었고, 조선 건국 후 위화도 회군으로 명나라와의 불편한 외교관계를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설장수도 위구르 출신의 색목인이었다.

이렇게 국적,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개방을 통해 인재를 흡수했던 고려는 우리의 국호인 Corea를 만들며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대를 가꿔나갔다.

이제 국민들에게 다문화 사회를 바로 이해시키고 다문화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 위한 공론의 장이 절실하다. 이젠 '그들과 함께'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을 고민할 때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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