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은사 대웅전 전경(옥천군 군서면 대청로 720) <사진=한세화 기자> |
예불과 점심공양을 마친 오후 2시, 스님은 신도들의 상담 요청을 잠시 뒤로 하고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삼재와 삼재풀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셨다.
![]() |
3일 오전 봉은사 주지 현진스님이 입춘 기도와 삼재풀이 예불을 진행했다.<사진=한세화 기자> |
스님 : 십이지(十二支)로 따져 들었을 때 사람은 9년마다 주기적으로 삼재년을 맞이하게 돼요. 삼재운(三災運)이 든 첫해를 '들삼재', 둘째 해를 '눌삼재', 셋째 해를 '날삼재'라 하죠. 가장 불길한 삼재년은 들삼재이고, 그 다음 불길한 삼재년은 눌삼재, 날삼재라고 볼 수 있어요.
삼재의 3가지 재앙으로 도병재, 역려제, 기근재가 있는데, 도병재는 칼이나 무기를 의미하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교통사고예요. 역려제는 천연두나 돌림병을 말해요. 현대에는 메르스나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기근제는 굶어죽는다는 의미고요. 이 외에 세계를 파계(破戒)하는 물-수재(水災), 불-화재(火災), 바람-풍재(風災)가 있어요.
기자 : 흔히들 삼재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러한 지 궁금하고 삼재풀이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스님 : 결론부터 말하면, 사고를 당하거나 원하는 일이 잘 안됐을 때 "삼재라더니 그래서 이런일을 겪는구나"라며 판단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 불길하다는 생각 때문에 진짜 재수 없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12간지로 볼 때 9년은 마음대로 살다가 3년간은 자신을 반성하며 계신(戒身)을 하는 시간을 의미입니다. 현대인들은 우선순위를 잘못 알고 살아갑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며 내달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대부분 말초신경에서 욕망하는 일들 위주로 행하죠.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생활만 지속하면 근원이 되는 생명력을 복원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력'을 성령, 불성, 본성이라고 해석해도 좋습니다.
이 생명력이 복원돼야 스트레스 없이 진정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어요. 큰 이익을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죠. 기분의 만족을 따라가다 보면 괴로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고요함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자신의 생명력을 복원하는 힘이 커집니다. 하지만 근기가 부족하고 살아가기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나 큰 숙제일 수 있죠.
삼재풀이는 부처님의 가피를 활용해 신에게 청함으로서 혼자 힘으로는 부족한 '계신'을 돕는 행위입니다. 모든 중생들의 이고등락(離苦騰樂)을 지향하며 생명력 언저리에서 놀게 하려는 큰 의미의 이타심에서 발현된 방편술 중 하나예요.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업장(業障)을 소멸해 생명력 가운데 들어가는 일입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