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윤리와 도덕이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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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윤리와 도덕이 있는 사회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2-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수일 전 평소 존경하는 변호사님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변호사님은 과거 진행하던 방송에 고정패널로 출연하셔서 법적인 문제와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날카로운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시던 분입니다.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면서 변호사님이 '우리 사회에 윤리와 도덕이 실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 역시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법을 다루고 법에 따라서 의뢰인을 변호하는 직업을 가지신 변호사님의 말씀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윤리는 일반적인 가치와 기준에서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할 것도 있고, 각자가 맡고 있는 직업이나 업무에 있어서 해야 할 것과 지켜야할 도리가 별도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일반적이고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윤리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기준과 가치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고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것을 지키고 행하는 것은 정말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살면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고 지키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마도 지키지 않고 행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우리는 법이나 규정을 만들어서 최소한의 것이라도 지키고 행해야 하는 것을 강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법이나 규정 같은 것은 어찌 보면 최소한의 것이거나 마지막 한계를 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은 법이나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인지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고 행하지 않기 때문에 법과 규정이라는 것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흔히 '법대로 하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윤리의 범위에서 행하지 않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다툼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지 법에 따라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법에 따라 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고 공정한 것을 행하고 지키는 것이라는 착각이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법이나 규정은 어떤 판단이나 가치를 지키고 행하는 마지막 최소한의 기준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이나 규정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되거나 지켜야 할 최상의 지침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이나 규정 이전에 우리가 인간으로 지키고 행하는 도리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서 다툼이나 갈등이 생겼을 경우 마지막으로 보아야 할 것이 우리가 정해 놓은 법이나 규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이라는 것도 사실 윤리의 개념이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덕'의 개념 역시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도덕의 개념도 법이나 규정에 앞서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고 지키고 행동해야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에서 '도덕'에 따라서 행동하기 보다는 이런 도덕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규정을 먼저 생각하고, 법이나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도덕보다는 법과 규정이 먼저이고 법과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것은 도덕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의적인 기준이 우리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리 잡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우리가 만든 법과 규정은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법이 만들어진 법의 취지도 그렇고 그 법에 따른 규정들도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지키고 행해야 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지 못합니다. 더구나 사회적인 활동의 범위나 다양성, 그리고 사회의 변화 속도나 내용이 법과 규정을 훨씬 앞서 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을 만들고 규정을 만들고 바꾸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사고나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의 변화를 모두 수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키고 행해야 하는 기준을 법이나 규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사고나 행동을 너무나 제한적이고 소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행해야 하는 윤리나 도덕은 법이나 규정보다도 훨씬 포괄적이고 범위가 넓습니다. 그리고 윤리나 도덕은 법이나 규정보다도 인간으로서 지키고 행해야 하는 가치나 기준을 스스로 깨닫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에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지키지 않아도 되고 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과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법의 문구나 의미에만 국한해서 그 범위를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과 규정에 앞서서 인간으로 지키고 행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라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고 행해야 하는 도리나 사회적인 규범 등에 대해서 알면서도 지키지 않고 행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것조차도 우리는 지키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기에 오히려 무시하고 외면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 돌리는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을 알게 모르게 당연시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켜야할 가치나 행동이 지켜지지 않고 피폐해 지는 이유와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에도 말입니다.

정말 살만한 세상, 행복한 세상은 어쩌면 평범하고 당연한 윤리나 도덕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평범하고 당연한 윤리와 도덕은 바로 내가 먼저 지키고 행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그 동안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고 행하지 못한 윤리와 도덕은 없는지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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