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한남대 교수. |
험한 비탈길 함께 기어오르는,
하나의 뿌리로 여러 개 하늘을 품고
무더기무더기 꽃을 피우는
아픔으로 얼크러져 바로 서고
서로의 상처를 온몸으로 감싸 주며
가파른 어둠 벼랑을 타고 올라
죽음까지도 함께 지고 가는
어린 날 마을 형들 따라 대덕산에 가서 칡뿌리를 캐곤 했다. 겨울 끝자락의 산비탈 파헤치면 여러 해 동안 묵어서 굵은 칡뿌리 있었지. 간식이 없어 심심한 날의 우리에게 주전부리가 되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칡덩굴이 감싸 안던 산의 푸른빛은 늘 내게 서늘한 그늘 드리우곤 했다. 헐벗은 산자락을 감싸 안고 푸르게 번져가던 칡덩굴. 그것들은 겨울 땅 속에서도 싱싱하게 길어 올릴 봄을 안고 있었겠지.
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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