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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코 지음 | 바둑이하우스
평화롭던 동물마을이 술렁댄다.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기 때문. 두더지씨가 가장 먼저 만난 새 이웃은 분홍빛 동그라미 아래 네모난 몸체를 갖고 있다. 분홍 동그라미 위로는 긴 막대 같은게 보인다.
이웃을 처음 보고 난 두더지씨는 지나가던 무당벌레씨에게 "마을에 누군가 이사 왔는데 네모난 몸, 둥근 얼굴에 뾰족한 뿔이 났어!"라고 새로운 이웃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무당벌레씨는 다람쥐씨에게, 다람쥐씨는 곰씨에게, 곰씨는 돼지씨에게…. 이사 온 이웃에 대한 정보가 코끼리씨, 개구리씨와 두루미씨에게도 전해진다.
그런데 처음엔 네모난 몸, 둥근 얼굴에 뾰족한 뿔이 났다던 이웃의 모습은 "근데 그 얘기 들었어?"라는 말을 타고 뾰족한 뿔이 뾰족한 얼굴로 바뀌어 전달된다. 뾰족한 얼굴은 다시 산봉우리처럼 뾰족한 몸이 됐다가, 그 뾰족한 몸이 산만큼 크다는 표현으로 변한다. 결국 마지막엔 새로운 이웃은 '산도 씹어먹는 뾰족한 이를 가진 괴물'이라는 소문이 난다. 전해지면 전해질수록 점점 부풀어 오르는 소문에 동물들은 이 새로운 이웃이 자신들을 잡아먹을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엉엉 울고 만다.
동물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삿짐 정리를 하러 마을에 들어선 이웃의 진짜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말이란 모여서 더 큰 말을 만들고 과장되게 변해 자신을 난처하게도,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도 하는 법. 책은 전해지는 말에만 의지해 사람을 판단하고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첫 페이지에 등장한 새 이웃의 모습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뒷부분에서 진짜 정체를 확인하며 놀랄 것이다. 누군가를 얼핏 봤을 뿐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금물. 재치있는 전개와 다채로운 콜라주로 두 번 전달되는 교훈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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