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아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가 발간됐다.
"난 한국 남자가 싫어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네 한국이란 나라의 남자들을..." '코피노 문제'로 대표되는 우리의 민낯을 담아낸 소설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인 '코피노'는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일컫는 말이다. 사업, 유학, 관광… 저마다 필리핀 방문의 이유는 달랐지만 비겁한 뒷모습은 같았다. 한국 남자들이 무책임하게 필리핀에 버려두고 떠난 자녀는 3만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8년 코피노의 '아빠 찾기' 소송이 승소한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제소송을 할 형편이 안 되는 필리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코피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명 '섹스 관광'이라 불리는 필리핀 성매매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부시티 빈민가에는 코피노 아이들이 많이 사는 '코리안 베이비' 골목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코피노 문제'를 전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성폭력'을 전면으로 다루며 여성들의 고통과 연대를 담아낸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에서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여성 전문 성형 병원의 현장감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 역시 수차례 필리핀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마닐라, 따가이따이, 팔라완섬, 지하강 등 배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동감 있는 소설을 써냈다. 한인 사업가의 실종에 얽힌 미스터리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어글리 코리안'의 초상. 주변국 원주민들에게 비도덕적 행위를 주고 있는 우리가 그들의 상처 앞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우리 안의 '어글리 마인드'는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잊지 않는 것이다." 뿌리 뽑힌 삶… 그녀들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저자 최형아는 전남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2005년 「에스코트」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소설집 『퓨어 러브』를 펴냈다. 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응시하는 문체로 이야기의 울림을 키우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여성들의 고통과 연대를 담아낸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인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코피노'의 문제를 전격적으로 다루었다. 빠른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주변국 원주민들에게 비도덕적 행위로 상처를 주고 있는 '어글리 코리안'의 초상을 돌아보고, 그 상처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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