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여러 글과 발언을 통해서 수차례 밝혔듯이 나와 국립대전현충원은 '운명'이라고 본다.
사실 현충원장이란 직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곳은 아니다. 첫째로 묘지 관리라는 점은 현충원의 위상 제고와 더불어서 거의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마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조금은 꺼리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보다 더 중차대한 점은 바로 원장에게 '인사권'이 거의 없는 점이 제일 큰 한계이다. 나로서는 원천적으로 '빽' 자체를 불공정의 대표적 사례로 보기 때문에 인사권 등 공적 행위에 '공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그러기에 인사문제는 거의 문제 될 것이 없다. 현재에 자만하지 않고 그 정신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다소간의 세속적 문제를 조금은 초월하였기에 자연스럽게 오로지 현충원에 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오래 근무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아직도 매일 처음같이 현충원을 대하고 있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하고 의미 있는 현충원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가장 기본에 기본인 '매일 합동안장식'을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 공휴일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주관을 한다. 원장으로서 합동안장식 주관은 원장 직무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자주 강조한다. 매일 합동안장식을 통해서 다른 업무도 동력을 얻는다.
특히 휴일 합동안장식은 2010년 11월 28일에 시작을 할 당시에도 내가 원장으로서 주도한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휴일 합동안장식을 주관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공휴일에도 자연스럽게 현충원에 거의 있지만, 그 자체가 내게는 휴무고 재충전의 활력을 얻는 시간이다.
현충원이 나의 삶의 터전을 증빙할 수 있는 점이, 현충원 아닌 다른 곳에 근무할 때 현충원을 내 발로 찾은 횟수가 어림짐작 1500번이 넘는다. 참고로 내가 과거에 현충원장 아닌 다른 직책들, 즉 지방청장, 본부 국장, 보훈심사위원장 등으로 재임할 때는 공휴일에 단 1초도 나온 일이 없었다.
내가 즐겨 강조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이다. 그간 4년간에 외부에서 볼 때는 별일이 없는 것 같지만, 현충원의 정체성과 혼, 역사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 적지 않게 가슴이 타들어 간 일이 몇 가지 있었다.
그러한 일들을 큰 문제 없이 역지사지의 심정에서 이해하려고 했고, 문제점에 대한 합리적 이유와 대안 제시, 부단한 인내심 등으로 극복한 점에 감사할 뿐이다. 같이 수고한 현충원 공직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고, 또한 그런 쟁점, 문제에 대해서 수용해 준 여러 분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 가득하다.
현충원의 방대한 관할 구역 가운데 반이 임야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같은 건조기에는 '산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2년 사이에 거의 즉시 진압됐지만 세 번의 화재가 대변해준다.
특히 보훈둘레길의 인기가 더할수록 많은 방문객이 찾으면서 산불에 대한 걱정은 더해진다. 보훈둘레길 이용도 독려하면서 산불방지에 여러 방안을 강구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최근에 보훈둘레길의 활엽수 낙엽을 제거하여 둘레길 폭도 넓히고 '의식 없는 방문객'의 담배꽁초로 인한 산불 개연성도 줄이도록 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혹시라도 타성에 젖거나 나태해질까 경계를 하고 있다. 즐겨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인 '평소에 잘하자'라는 자세로 부단한 개혁적 방향에서 더 의미 깊은 국립대전현충원을 창출하도록 마음을 다져본다.
'균형감각'의 바탕 하에서 역사적 책임의식으로 창설 40주년을 맞이하는 국립대전현충원의 내일의 창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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