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7.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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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7.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1월 24일자 경향신문에는 '노동자 30% "자살 충동"… 손배 가압류는 '희망 압류'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이렇다.

"해고 기간 55개월.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액 14억7000만원.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지난해 6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 씨는 4년 전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고도 해고지만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2009년 국가는 쌍용차 사태 당시 투입한 헬리콥터와 기중기가 손상됐다며 수리비 24억 원을 청구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나고 3개월 만에 쌍용차 사태는 봉합됐지만 동료들에게 청구된 손배는 여전히 남았다.



2심은 손배액을 11억8000만원으로 인정했지만 9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갑절의 이자가 붙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지는 "희망이 없어 죽는다"는 부분에 이르면 더욱 암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세종시 편의점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옛 동거녀의 가족 등에게 엽총을 난사하여 3명이 숨졌다. 달아났던 용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인들은 총기 소유가 자유롭다. 이는 미국이란 나라가 출범하면서부터 개인의 총기소유의 권리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근간이라며 헌법으로 규정한 때문이다. 여기에 무기업자들의 끈질긴 의회 로비 등이 가세했다.

하여 아무리 총기사고 빈발한다손 쳐도 미국인들에게서 총기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기대할 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총기관리와 통제가 엄격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수렵을 목적으로 한다면 관할 경찰서에선 총기 소지 허가를 내준다. 한데 이 시스템이 총기의 규제보다는 사실상 신고제라는 게 문제다. 또한 총기와 달리 실탄의 구입은 총포사에서 500발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총포사를 돌면서 각각 구입하면 얼마든지 막대한(!) 양의 실탄을 비축할 수 있다. 이 같은 현행법의 허점을 '범죄의 탄생 _ 조정아 묻고 박상융 답하다'(저자 박상융, 조정아 & 출간 행복에너지)에서 발견하면서(P.79~86)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요 사건들을 종류별로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 사회의 흉측한 민낯을 통렬히 고발한다. 아울러 적절한 대응방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교도관 출신 작가와 경찰서장 출신 변호사가 문답식으로 기술한 내용이 압권이다.

혹자는 대한민국을 일컬어 '헬조선'이라고까지 폄하한다. 헬조선(Hell朝鮮)은 2010년대 들어 유명해진 헬(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매우 우중충한 의미이다.

그럼 왜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되었을까! 우선 우리나라의 법은 물러터진 데가 차고도 넘친다. 중국은 14세 이하 어린이와 성관계를 맺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스위스는 무조건 종신형이다.

그러나 우리는? 초범이고 우발적 범행이었으며,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다는 구실을 삼아 집행유예 판결로 구속을 막아준다. 이러한 허투루 양형(量刑)이 제2, 제3의 조두순을 만들어내는 토양이다.

'빌어먹을' 관행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의자의 몸 뒤로 수갑을 채우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앞으로 채운다. 그도 모자라 '인권보호'라는 어처구니없는 구실로 수갑을 채운 손마저 수건 따위로 감싸준다.

뿐만 아니라 연쇄살인범임에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까지 한다. 필자는 지난 3년간 국가인권위원회 시민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은, 도저히 인권보호를 받을 수 없는 종자(種子)들이 우리 사회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는 일반적으로 일정량의 일탈을 가진다"고 했다. 이 말에 걸맞게 사건과 사고가 없으면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에 맞아야 한다.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오늘날 현실은 법의 강력(?力)화 부재(不在) 탓이다. 연쇄살인범조차 사형을 면해주는가 하면, 교도소에서 국가 재정으로 밥을 먹이고 잠까지 재워주는 아이러니는 만약에 필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파기할 공약 1순위다.

법이 이따위로 허술하고 무르기에 '소시오패스(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함)'까지 양산되는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같은 응보주의(應報主義)의 단호함이 구축되지 않은 사회는 언제든 범죄자들을 웅크리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후기처럼 개인의 범죄 자체를 무조건 사회의 탓으로 돌리자는 것은 어폐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한 개인이 범죄를 접하고, 범죄를 실천하고, 범죄에 무감각해질 때까지 도외시하고 방관했던 사회나 국가도 어느 정도는 책임을 통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존립 근거다.

국민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이 실상 접하는 경찰과 검찰, 법원은 제대로 국민들을 돕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제야 부르짖는 정부의 사회안전망(2014년 서울 송파구 반 지하 주택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하여 동반 자살한 뒤에도 여전히) 대책 역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어떤 상식이다.

술이 세기로 소문난 러시아의 술꾼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마신다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주량은 다 이유가 존재한다. 이는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방증이다. 법은 사람이 만들었는데 정작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배웠지만 정작 실무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처리하고 있다. 사건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경찰과 검찰, 법관 순인데 정작 법관이나 검사는 현장에도 잘 안 나가고, 잘 살피지도 않는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서이자, 저자가 통렬하게 느끼는 '자기반성서'이다. 발 딛고 서 있는 곳곳마다 언제 어디서 범죄의 역습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 사회의 근절을 이 책을 통해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 간절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가 잘 처리되길 바란다. "희망이 없어 죽는다"는 말이 더 이상 안 나오는 사회의 착근을 바란다. 희망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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