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兄嫂(형수)님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兄嫂(형수)님

한상은/ 시인

  • 승인 2019-01-29 00: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카네이션















꽃띠 꽃다운 나이 셨었지요
스물셋 나이
사랑의 깊이도 채 모르셨을 때
청주한씨 가문의
맏며느리가 되셨지요

지고지순의 마음씨로
층층시하 웃어른들 섬기시고
여덟이나 되는 시누이 동생을
사랑의 마음씨로 돌봄을 다 하셨지요

가문의 맏며느리 그 자리를
굳건히도 지키셨던
우리 兄嫂(형수)님

시집 온지 다섯 해 되던 가을 어느 날
암 마당가 그득히 쌓아놓은 볏 동가리
그 타작을 하던 그날 형님께서는
느닷없이 찾아 온 감기몸살에
치료차 심방한 진찰가방을 든
무면허 의사에게
페니시린 주사에 쇽크사 하셨지요

듣도 보지도 못했던 死因(사인) 앞에
氣骨(기골)이 장대하셨던 형님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스물여덟 청춘의 나이로
천추의 恨(한) 만을 남기신 채로
졸지에 그렇게 가셨지
 
대들보가 무너지는 청천벽력
하늘이 무너진 통한 만을 남긴채로
그렇게 떠나셨지요

그것은 형수님을 비릇한 온 가족이
헤쳐 나가기도, 짐 지울 수도 없는
너무도 버거운 고통의 짐으로 남았지요

80평생을 가슴 에이는 아픈 설움을
속으로 속으로 삭이시면서
갖은 내색 숨기고 숨기시며
통한의 세월을 함께 하셨던

우리 형수님 !
한 지붕 밑에서
온갖 아픔 갖은 고생 감내하시며
살아오신 형수님의 삶의 뒤안길
위로 시부모님 아래로 시누이 동생
슬하의 아들 삼형제
막내의 유복자로 태어난
가여운 그 아들까지도
올곧게 가르치려고
맹모삼천지교 다 하신
어머니 마음
촌각인들 잊음 놓지 않으시고
오매불망 자식 걱정으로 단잠을 못 이루셨던
우리 형수님

이제 그 아들 그 삼형제는
어엿한 사회인과 가장으로
손녀손자 내 놓으라 잘도 가르쳐
이제야 걱정근심 덜만도 한데
그 옛말과 맞는 듯
허리 펴 삶의 보람 느끼어 갈쯤의
우리 형수님!

하늘의 야속함이 느껴지도록
형수님은 노환은 때 이르게 찾아든 아픔이 되시어
오늘도 병상의 침대를 못 벗어나시고
갈수록 야위어져만 가시는 형수님의 몰골에서
회수 나이 반백에 주름살 짙은 이 시동생은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붉어져만 가는 눈가에 눈물만이
먹장 가슴 되어 흘러내립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형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지난날의 형수님의 삶의 궤적에 끊일 줄 모르는 눈물이
옷소매를 적십니다

형수님..
이 시동생은
장남이셨던 형님이 타계 하신 후 그 후 옛날에서 지금까지
아우인 제가 형님의 짐을 운명으로 감내하면서
그래도 그리도 힘겨웠지만 헤쳐 왔지요

이 모든 힘도 형수님께서 형수님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셨기에
오늘의 나도 우리 가정도 여기쯤 와 있을 수 있다는 것
엄연한 사실이라
열 백번 믿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조속히 쾌유 퇴원하시어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가족들과
조금만 더 함께하는 세월을 가져주세요

젊디젊은 그때 고난의 역경과의 싸움으로
뒤돌아 볼 겨를조차 없이 살아오신
지난날들의 형수님의 살아오신 그 길들을
화로정담으로 나눠가며 함께해 주십시오

형수님, 우리 형수님
무슨 말로도 형수님의 곧은 절개, 맹모삼천지교 지고지순의 마음씨
조상숭배 부모효도 형제우애 이웃화목을 삶의 본으로 살아오신 우리 형수님!

머릿결 희끗희끗 희수의 나이가 된 이 시동생!
나 어릴적 까까머리 중학시절부터 이른 밥 도시락 챙겨주신, 
어머니 같은 사랑을 주신
우리 형수님
 
이젠 멍한 눈으로
병상에 누워계신
형수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 형수님의 얼굴을…….

한상은/ 시인
한상은-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