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도전적 과제 수행이 어려운 현 PBS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향후 출연금 비중 확대 등 도전적 과제수행에 필요한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 가능성을 예고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덕특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 연구진의 노고와 성과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출연연 연구과제 성공률이 99.5%라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패를 당연히 여기고 도전적으로 과제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만 추진하려는 경향 때문에 필요하지만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출연연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고 결정권자가 2월 말 발표 예정인 성과주의예산제도(PBS) 개선안에 실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패가 곧 퇴출인 지금의 PBS 체제 속에서 실패를 당연히 여기고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출연연의 출연금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대덕특구 내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이면서도 발언에 따른 책임 부담이 큰 메시지였다"며 "제시된 방향이 현재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출연금 비중 확대와 관련된 PBS 개선 지침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덕특구 내 출연연 중 항우연을 방문지로 택한 점도 관심을 모은다. 항우연의 성과와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출연연 연구과제 성공률 지적 발언이 나왔다.
PBS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단기·소액·다수' 과제가 지목되는 상황에서 나로호·누리호를 비롯한 장기·대형 과제를 잇따라 성공시킨 항우연의 성과를 R&D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는 것이다.
항우연은 10년의 사업 기간과 5200억의 예산을 통해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나로호 사업은 두 차례의 발사 실패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완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야 하는 연구를 뚝심 있게 추진하라는 역할·책임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비춰본다면, 항우연이 가장 적절한 모범 케이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해 과학 관련 기관장의 출연금 확대 방침이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PBS 축소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대전의 한 과학기술 관련 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으로 출연금 비중을 확대한다고 해도 해야 하는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연구자가 나태해 지지 않는 동시에 뚝심 있게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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