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 |
문화예술의 뿌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뿌리는 문학이다. 문학의 뿌리는 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화가 있는 도시, 예술이 숨 쉬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에 몇 편의 시가 걸려있다고 문화예술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을 넘어 심각한 오류다. 이마저 지역 시인들의 시는 작고 문인이나 일부 시인들뿐이고 다수의 작품은 대전 문인들의 것이 아니다.
문학은 대전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대전문학관은 어떤가. 문학관장은 2년 비상임 이사가 맡아서 운영한다. 문학관 위치는 시민들은 물론이고 작가들도 찾기 힘든 곳에 있다.
심지어 문예진흥기금조차 문학을 하는 작가들에게 가혹하다. 3년에 한 번 경쟁을 통해 문예진흥기금의 수혜자가 된다고 해도 책 한 권 출간하기 어려운 돈이다. 전국에 흔해 빠진 문학창작실 하나 운영할 공간이 대전에는 없다.
이번에 대전작가회의와 대전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전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한 세미나가 있다. 2019년 2월 19일 화요일 오후 2시 계룡문고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관(官·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 대전문화재단, 대전문학관)이나 시민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광고까지 한다. 세미나 주제가 대전문학의 발전 방향이지만 문학이 작가(시인)들만 있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관만 있어도 안 된다. 시민들만 있어서도 어렵다.
대전문학의 3요소(시민·관·작가)가 함께 할 때 비로소 대전은 문화예술의 도시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 직접 관련이 있는 분들이나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참석하면 대전문학의 현실을 현장에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전문학관을 지을 때도 문화예술정책을 만들 때도 문화예술인들 직접 찾아보고 의견 수렵도 하고 조언도 구했으면 이렇게까지 문화예술정책이 다른 지역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까운 청주를 보면 안다. 인구 70만인 청주에 비해 대전이 문화예술도시로 앞서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이제 지어진 지 10년을 넘긴 세종시를 보자. 이대로 간다면 세종시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전을 넘어설 것 같은 불안감마저 몰려온다.
각설하고 대전시는 생산자인 작가들과 함께해야 한다. 생산자와 어떤 교감도 없이 관이 마음대로 문학정책을 만들면 소비자인 시민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 발 더 나아가 대전이 문화예술도시가 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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