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 고등학교 선후배 모임이 있어서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는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젊은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 같지 않게 선배들 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잔을 채우고 이것저것을 챙기며 각이 딱 잡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이는 거 같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가진 엄마의 눈으로 보니 더욱 그러했다.
조금 전에도 회의 장소에 대한 투표가 있었다. 우리 중 제일 어르신 원장님께서는 본인 댁인 경기도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셨다. 예전 같으면 찍소리 못하고 모두 '네'하고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 젊은 직원이 서울사무소에서 회의를 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리고 투표를 해서 장소를 정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모두 서울이 집이라 매번 경기도로 가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모두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난 '바로 이때다' 싶어 '서울 사무소 한 표'를 올리며 그 젊은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너도 나도 서울 사무소 한 표씩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원장님께서는 "그래도 여러 가지로 봐서 우리 집에서 하는 것이 좋은데..." 라며 아쉬움을 나타내셨다.
그러자 젊은 직원은 "원장님, 저처럼 차가 없는 사람들은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거의 2시간 걸려서 가야하구요. 또 사무실을 비워 두어야 하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있습니다"라고 이유를 일목 정연하게 들었다. 그러자 원장님의 "내일 서울 사무실에서 봅시다"라는 말로 결말이 났다.
이렇게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니 직장상사일지라도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의견을 야무지게 나타낸다.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나타내는 그들이 그리 밉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야무지고 똑똑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나타내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남의 말에 무조건 반대의견을 내라는 소리가 아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윗사람은 그 의견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그 사회는, 그 기업은 한 뜸이라도 성숙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진행 될 수도 있고, 럭비공처럼 떨어지는 곳은 알 수 있지만 떨어졌다가 튀어나가는 방향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게 인간관계인 것이다. 인간관계는 또한 조직의 효율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이다.
'당신이 삶에서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의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라.' 존 우든(John Wooden)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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