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척이나 되는 장대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라는 말로 1004년(경덕1) 송나라의 도원이 저술한 불교서적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기록되어 있으며,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스스로 극한상태에 올려놓고 정신의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이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로 도저히 벗어 날 수 없는 상황을 맞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훈으로 시민대 "재미있고 유익한 고사성어반(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운 내용이다. 살펴보자.
당 고승 장사(唐 高僧 長沙)에 조선의 거상 임상옥(林尙沃)과 관련된 이야기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중국에 인삼을 대량으로 판매를 하러 갔다. 이에 중국 상인들은 임상옥의 인삼을 싼 값에 사기 위해 서로 담합(談合)을 하여 불매 운동을 벌였다. 임상옥은 자금을 빌려 인삼을 사왔기 때문에 팔지 못하거나, 싼 값에 팔아도 한 순간에 망하고 마는 처지였다. 이에 임상옥은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추사는 댓글로 이렇게 썼다.
百尺竿頭 進一步 十方世界 現全身(백척간두 진일보 시방세계 현전신)
'백 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 서 있다면 한 발자국 앞으로 내 디뎌라,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올 것이다.'
이에 임상옥은 깨달음을 얻어, 가지고 온 인삼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설마 하던 중국 상인들은 정말로 황금보다 비싼 인삼을 태우자 난리가 났다. 만약 이 인삼들이 정말 다 태워 없어진다면 중국에 있는 인삼 가격은 폭등을 할 것이고 그마져도 없어 자신들의 위치마저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인들은 임상옥에게 매달려 그만 태우기를 간청했고, 급기야는 태운 인삼 값은 물론 기존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인삼을 사야 했다.
이와 같이 거상 임상옥은 백척간두의 벼랑 끝에 몰려 위기를 맞았으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용기를 발휘하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살다보면 위기의 순간들이 있다. 어렵다고 생각될 때, 자기는 안 된다고 생각될 때,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생각될 때, 절망이 눈앞을 가리고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될 때 등, 바로 그 때 생각함직한 말이다.
요즈음 경제가 어려운데다가 인건비 상승으로 인력을 줄이고 전산화 하여 취업도 잘 되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포기하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대학 다닐 때 받은 학자금 상환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젊은이들은 용기를 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위기의 벼랑 끝에서 벗어나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옛날 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백척간두의 위기일수록 이순신 장군도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정중하기를 태산같이 하라는 말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쉽게 포기하지 말고, 곤경에 처한 상황을 상의할 스승이나 친구에게 반드시 조언을 구하여야 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약자에게 용기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참기 어려움 상황에 처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염재균/ 수필가, 병역명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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