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30년에 걸친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도입의 역사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30년에 걸친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도입의 역사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 승인 2019-01-24 14:2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황순욱 KISTI 본부장
황순욱 KISTI 본부장
지난 2018년 11월 7일은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개통과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도입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던 뜻깊은 날이다.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2010년 도입된 4호기보다 성능이 무려 70배 이상 빠른 25.7페타플롭스, 즉 1초에 2경57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세계 10위권의 슈퍼컴퓨터이다. 기존 4호기로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우주의 기원과 정밀한 구조 연구와 같은 초거대 계산과학연구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연구 등 국가 연구개발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으로 그 기대가 크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크레이(CRAY) 2S' 시스템을 도입되면서 국내에서도 슈퍼컴퓨터 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시 도입된 슈퍼컴퓨터 1호기의 성능은 2기가플롭스로서 중앙연산장치(CPU) 4개, 메모리 1기가바이트로 오늘날의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보다도 못한 성능이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그 어떤 대형 컴퓨터보다 100배나 높은 성능이었다. 슈퍼컴퓨터 1호기의 도입가는 24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200억 원이었다. 1989년 정부 예산이 19조 2000억 원인 것을 고려한다면 200억 원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5호기 도입 가격이 4900만 달러(약 600억원)이고 2019년 새해 정부 예산이 470조 5000억 원임을 고려한다면 1988년 당시 200억 원씩이나 하는 슈퍼컴퓨터의 국내도입 결정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슈퍼컴퓨터 도입의 뒷 얘기는 드라마틱하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이 자동자, 전자 등 제조업 분야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당시 세계 10대 기업 순위는 도요타, 소니 등 일본 기업이 대부분 차지했다. 급기야 1987년에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불균형으로 미국이 일본산 전자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미일 간의 무역전쟁이 발생했다. 이에 당시 대미 수출 불균형이 만만치 않았던 정부는 그 불똥이 우리나라에까지 튈까 전전긍긍하면서 미국 제품 중에 가격은 어느 정도는 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지 영향이 크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에 슈퍼컴퓨터 도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당시 슈퍼컴퓨터 1호기가 얼마나 귀한 물건이었던지 김포공항에서부터 도로 통제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서울 홍릉에 있던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까지 신줏단지 모시듯 천천히 운반했다.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당시 시스템공학센터장인 성기수 박사님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2년여 만에 박사학위를 마친 성기수 박사는 해외에서 연구원 시절부터 슈퍼컴퓨터의 뛰어난 성능에 매료됐다. 196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초대 전산실장으로 부임하면서 국가 행정 전산화 등의 업무를 위해서 대형컴퓨터의 도입을 추진했다. 1980년대 초부터는 슈퍼컴퓨터의 국내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 정부를 꾸준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1988년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은 성기수 박사의 슈퍼컴퓨터에 대한 사랑과 우리나라 최초 슈퍼컴퓨터 도입에 대한 수년 간에 걸친 끈질긴 열정과 집념의 산물이었다.



슈퍼컴 1호기를 덕분에 수치해석을 이용한 기상예보가 국내에서도 시작됐고, 국산 자동차의 설계와 제작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적용됐으며, 한국형 원자로의 안전성 검증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성공적으로 활용됐다. 이후 기상청은 일기예보 목적의 슈퍼컴퓨터를 별도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여러 대기업들이 그 뒤를 따랐다.

30년 전 슈퍼컴 1호기보다 성능 면에서 무려 1300만 배나 더 빠른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인 5호기 누리온의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 슈퍼컴퓨터 1호기가 기초과학 및 산업 분야에 성공적으로 활용된 전통을 계승해서 온 국민이 누리는 슈퍼컴퓨터가 되라는 의미로 '누리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이름에 걸맞게 미세먼지와 같은 국가와 사회 현안 문제 해결 등에 활용되어 국민 모두가 슈퍼컴퓨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3.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4.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5.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4.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5.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헤드라인 뉴스


불수능 영향?…대전권 4년제 대학 수시 등록률 증가

불수능 영향?…대전권 4년제 대학 수시 등록률 증가

2026학년도 대입 모집에서 대전권 4년제 대학 대부분 수시 합격자 최종 등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황금돼지띠' 출생 응시생 증가와 문제가 어렵게 출제된 불수능 여파에 따른 안정 지원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입시업계는 보고 있다. 29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시 모집 합격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대다수 대학의 등록률이 전년보다 늘어 9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들의 등록률이 크게 올라 대전대가 93.6%로 전년(82.4%)에 비해 11%p가량 늘었다. 목원대도 94%로 전년(83.4..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