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 속의 웃음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영화 속의 웃음

- <내 안의 그놈>, <극한직업>, <말모이> 등

  • 승인 2019-01-24 14:25
  • 신문게재 2019-01-25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영화
왼쪽부터 내안의 그놈, 극한직업, 말모
최근 웃음 가득한 영화들이 찾아왔습니다. <내안의 그놈>과 <극한직업>은 코미디 영화라 할 만합니다. <말모이>는 장르상 코미디는 아니지만 분명한 웃음 코드를 지닙니다. 지난해 <신과 함께>,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의 영화가 심각하고 우울한 정서를 주로 한 것과 대비됩니다. 우리 사회가 작년보다 더 행복해진 건 아니지만 대중들의 정서나 욕망이 새롭게 바뀌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실 <내 안의 그놈>, <극한직업>, <말모이> 등의 영화도 마냥 코믹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영화 속 상황은 심각한 쪽에 가깝습니다. 사고로 건달 판수와 영혼이 뒤바뀌기 전 극도로 소심한 성격에 왕따를 경험하는 고등학생 동현, 그리고 그가 짝사랑하는 동급생 현정의 상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줍니다. <극한직업> 역시 그렇습니다. 마약반 형사들이 저조한 수사실적에 해체될 위기에 처합니다. 일제강점 암흑기에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말모이>의 상황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이전 영화들이 주인공의 비극적 몰락을 중심으로 한다면 이들 영화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들을 통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지만 역으로 심각하고 비장하다 하여 호전되는 것은 아닌 상황의 양면성을 봅니다. 아울러 웃음과 울음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내 안의 그놈>의 웃음은 고등학생이 된 건달과 건달이 된 고등학생, 그리고 그들의 옛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뒤얽히는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이른바 상황과 인물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극한직업> 역시 그렇습니다. 형사들이 졸지에 치킨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겨나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말모이>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김판수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유해진의 연기에서 생겨납니다.



얼핏 웃음은 울음보다 가벼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 영화의 캐릭터는 비장하게 몰락하는 인물들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하게 합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초들을 보게 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모습이 바로 한국인의 오랜 희망의 근거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이는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과 확연히 다른 한국 영화만의 힘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프로필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