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내안의 그놈, 극한직업, 말모 |
사실 <내 안의 그놈>, <극한직업>, <말모이> 등의 영화도 마냥 코믹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영화 속 상황은 심각한 쪽에 가깝습니다. 사고로 건달 판수와 영혼이 뒤바뀌기 전 극도로 소심한 성격에 왕따를 경험하는 고등학생 동현, 그리고 그가 짝사랑하는 동급생 현정의 상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줍니다. <극한직업> 역시 그렇습니다. 마약반 형사들이 저조한 수사실적에 해체될 위기에 처합니다. 일제강점 암흑기에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말모이>의 상황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이전 영화들이 주인공의 비극적 몰락을 중심으로 한다면 이들 영화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들을 통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지만 역으로 심각하고 비장하다 하여 호전되는 것은 아닌 상황의 양면성을 봅니다. 아울러 웃음과 울음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내 안의 그놈>의 웃음은 고등학생이 된 건달과 건달이 된 고등학생, 그리고 그들의 옛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뒤얽히는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이른바 상황과 인물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극한직업> 역시 그렇습니다. 형사들이 졸지에 치킨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겨나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말모이>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김판수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유해진의 연기에서 생겨납니다.
얼핏 웃음은 울음보다 가벼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 영화의 캐릭터는 비장하게 몰락하는 인물들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하게 합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초들을 보게 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모습이 바로 한국인의 오랜 희망의 근거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이는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과 확연히 다른 한국 영화만의 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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