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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연구소 실적'으로 제한해 지역업체들의 참여 기회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최근 대전 유성구 장동 1312번길 70(현 중앙연구원 부지 내)에 들어설 ICT재해복구센터 신축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연구용 전산센터와 개발운영사무실 등 연구 관련 시설물을 신축하는 곳으로, 공사금액은 120여억원(부가세 포함)으로 추산된다.
입찰참가 자격조건을 보면, ‘공고일 기준 최근 10년 이내 준공된 단일공사’로서 건축법에 따른 교육연구시설 중 '연구소' 건축물에 해당하는 연면적 5400㎡ 이상 규모의 공사 실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했다.
적격심사 만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전 소재 업체는 1만800㎡ 이상(대전 외 소재는 1만 5430㎡ 이상) 연구소 실적을 보유한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자격에 맞는 업체는 20여 곳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에서도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1곳뿐일 정도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처음부터 경쟁할 기회조차 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한수원의 타 지역 공사 발주 사례를 봐도 특정 실적으로 무리하게 자격조건을 제한하는 경우는 드문데, 연구와 큰 관련 없는 공사임에도 연구소 실적으로 발주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2월 한수원이 발주한 3건의 공사도 '일반건축' 실적으로 풀어서 공고를 냈다.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서 이뤄지는 90~100억원 규모의 공사로, 당시 참여했던 업체가 300~400곳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연구용 건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연구소 실적'으로 발주해야만 한다는 규정은 없다. 연구목적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실적제한 없이 발주가 가능하다. 지역건설사들이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일반건축 실적 기준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한수원이 문턱을 높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에 반하는 것"이라며 "작은 업체들에도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건물 자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진 설계와 핵공격으로 인한 시설 보호 시스템 등이 설계에 반영돼 난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입찰은 이미 공고가 났기 때문에 자격 기준 변경은 불가능하다. 차후에는 대전 건설업계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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