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천사일까, 악마일까. 박소연 대표는 연예인 버금가는 스타였다. 생사의 기로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동물이 있는 곳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는 열성과 진심어린 눈빛. 가만가만 말하는 연약한 여자이지만 신념으로 가득 찬 그는 천생 동물들의 수호천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기견 '토리'를 입양 보낸 장본인도 박소연 대표였다. 문 대통령에게 까만 털의 토리를 보내면서 "검은 색은 다른 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통령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한 그는 화술도 뛰어났다. 대중은 그런 박 대표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지지를 보냈다. 연예인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이름값 덕분에 기부금도 줄을 이었다. 어느덧 '케어'는 '박소연' 한 사람으로 대변됐다. 한 사람의 스타성에 의존하면서 거기에 돈과 관련한 사안은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사회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시민단체의 불미스런 일은 대중의 공분을 산다.
시민단체는 한 치의 오점도 없는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지난한 역사의 중심에서 태동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독재정권에 대항하면서 형성된 사회운동 세력이 시민운동으로 전환한 단체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탄생인 셈이다. 사회변혁을 갈망했던 시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시민단체는 굵직한 현안에 메스를 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실명제, 정치관계법 개정, 동강댐 건설 반대 운동, 그리고 2000년 총선 낙천.낙선운동 등을 시작으로 시민운동은 오월의 꽃이 만발하듯 이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 달리 말하면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적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권력화, 시민 없는 시민운동, 명망가 중심 시민운동.... 어느덧 시민을 위한 시민단체가 최고의 권력집단으로 자리잡았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으레 시민 단체는 매스컴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시민 운동가들이 정치 무대에 나서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이다. 장원 녹색연합 사무총장의 여대생 성 추문은 그래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2000년 총선연대 대변인이기도 했던 장원은 시민단체의 메이저급 인물이어서 국민들의 분노가 거셌다. 결국 '안락사 논란'으로 불거진 박소연 대표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상징성 있는 스타 활동가의 과도한 부각이 낳은 결과다. 박소연 대표는 이미지화된 언표에 불과한가. 이미지에 대한 집착은 비극이다.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