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정문현 교수 |
대한체육회는 체육계에 만연된 폭력·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선수폭력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그해 7월에 선수보호위원회와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체육회와 시·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와 함께 구성했었다.
2006년부터 선수(성)폭력 예방과 근절 교육을 시작으로 스포츠人권익센터를 만들고 시도별 스포츠 인권 전문 인력풀을 구성하고(2006) 상담실 구축과 안내 책자를 제작 배포(2008년), 스포츠 인권 향상 중장기 전략 수립(2011년)과 2010년, 2012년 선수(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선수(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교육 동영상도 제작 배포해 왔고, UCC 동영상 공모전 개최, 2014년 선수 (성)폭력 실태조사와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 내 상담실을 개소했다. 2016년에는 스포츠 폭력·성폭력 실태조사와 국가대표 폭력·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대한체육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육계에서의 (성)폭력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되어 왔다.
필자는 2009년부터 스포츠인권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며 이 과정을 지켜봐 왔다. 결론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이러한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다.
그동안 대책을 보면 체육계의 훈련 환경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책은 전혀 없고, 사건 발생 방지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신고 등에 대한 교육만이 이루어졌다.
정작 필요한 학생 지도 방법 개선이나 시설개선, 지도자 관리 방안이나 선수 모니터링 방법 개선에 대한 내용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이러한 소극적인 대처들이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쇼트트랙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방송에서는 외국의 스포츠교육 환경을 특집으로 방영하며 국내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열악한 지도 환경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그렇지만 변한 게 없었다.
우리나라는 누군가 죽거나 크게 다쳐야 조금씩 변하는 나라다.
필자는 매년 개최되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스포츠인권 교육이 너무 형식적이며 이렇게 해선 선수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음을 여러 차례 건의해 왔다.
선수지도 시스템을 바꾸고, 예산 확충, 인권전문위원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전국 시도체육회에 위촉된 스포츠 인력 풀이 제대로 활동만 하게 했어도 지금의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처는 지난 15년간 계속됐다.
그런데, 사실은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방향이 달라져야 하겠다.
정부 사업을 평가하다 보면 사업 추진 근거에 'VIP 지시사항'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VIP 즉, 대통령 지시사항 또는 공약사항이니 예산을 배정하라는 얘기이다.
대한민국의 폐쇄적인 체육계 훈련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자격관리 및 선수 관리를 혁신하기 위해선 문체부 장관이나 대한체육회장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필요하고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내는 일이 절대로 쉽지 않으며 금액도 매우 한정적이어서 일시에 스포츠지도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필자는 이 문제가 깡그리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체육계에는 잘못된 훈련 구조가 수도 없이 존재하지만, 이를 개혁할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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