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전경. |
그만큼 외지은행들이 대전을 '해볼 만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터줏대감이던 충청은행이 문을 닫은 후, ‘KEB하나은행’이 지역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의 금융시장.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대전 진출은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움직임이 감지됐다. <중도일보 2018년 9월 7일자 보도>
당시에도 대구은행은 시장 조사를 마치고 이듬해인 2019년 초 대전에 첫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알려졌지만, 대구은행 측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또다시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중 둔산동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위치는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이 모여 있는 인근으로 점쳐진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전·충청권에는 첫 진출로 지점장급 직원이 대전에 상주하며 지점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점포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 일반 업무는 물론이고, 대구에 기반을 두고 충청권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 가장 먼저 진출한 타 지역 은행은 전북은행이다.
2008년 처음으로 대전에 지점을 낸 전북은행은 한때 8곳까지 지점을 늘리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가수원, 노은, 대전센터, 둔산, 도안신도시, 유성 등 6개 지점으로 줄었다. 세종시에도 아름동과 첫마을에 지점 2곳이 영업 중이다.
진출 초기 지역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대전에 뿌리를 내린 호남 출신들과 기업들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은행도 올해 대전에 온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점은 둔산동에 1곳뿐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지점 확장이나 세종 진출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금융계 관계자는 "향토은행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때는 개인 고객이나 주택담보대출 유치를 주요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며 "출신지가 같은 CEO나 기업 등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에서 받지 못하는 대출을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저렴한 이자혜택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텃세가 적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판단에서 대전을 새로운 영업시장으로 만들고 있는데, 결국 대전의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셈”이라며 “수익을 대전 발전을 위해 환원하지 않고 가져가는 행태를 제대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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