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선거 50일 앞... 선관위 "불·탈법 예의주시"

"만원도 그냥넘기지 마라" 감시 강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1일 대전시선관위에서 직원들이 공명선거와 홍보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3월 13일 실시된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오는 3월 제2회 전국 동시 농협 조합장 선거를 50일 앞두고, 불·탈법 의혹이 커지면서 선거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충남 일부 농협에서도 9명이 검찰 조사를 받는 데다, 곳곳에서 의심행위가 제보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시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열린 전국 선관위 지도과장 회의에서, "만원도 그냥 넘기지 말라"는 방침이 정해졌을 정도다.

실제로 조합장 선거 날짜가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다.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하는 대전의 한 조합에서는 벌써부터 '특정 후보 당선은 기정사실'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또 다른 조합은 일부 후보의 지지자가 경쟁 상대를 비리가 의심된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등 '흑색선전'이 우려되고 있다.

충남과 충북에서는 불법 기부행위로 덜미가 잡혔다.

금산 부리농협 입후보 예정자인 A 씨는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홍삼제품을 건넨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조합원 20여 가구를 돌며 "조합장선거에 출마하려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말하고 이 중 15명에 현금 100만원과 110여 만원 상당의 홍삼제품을 전달하는 등 불법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북선관위도 지난해 추석 조합원에게 멸치 등을 제공한 혐의로 현직 조합장 B 씨와 같은 조합 지점장 C 씨를 지난해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C 씨는 조합원 7명을 호별 방문해 현직 조합장 선거운동 발언과 함께 10여 만원 상당 멸치세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과열 양상을 두고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운동 방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마를 예고한 한 입후보예정자는 "현직조합장이 아니고서는 유권자인 조합원이 어디 사는지, 연락처도 모르고 선거운동을 할 방법이 없다"며 "집으로 찾아가는 것은 또 불법이고, 이렇게 제한이 많기 때문에 각종 민원제기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조합장 선거운동을 대폭 허용하는 법안이 지난해 1월 발의돼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선거를 50일 앞둔 지금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대전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선거운동 적발은 제보가 결정적이다. 공정선거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포상금도 최대 3억원까지 지급하는 만큼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원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