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친절로 소강사회가 이루어지는 도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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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친절로 소강사회가 이루어지는 도시 대전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0 10:5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노르웨이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들은 대부분 '노르웨이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하고,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의 친절은 우리 한국인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전에 살아보면 대전이야말로 우리나라 어느 지방 사람들보다 친절하고, 외국의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고장'이라 자랑하고 싶다.

시내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앞 다투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이 많고, 병원을 가거나 주민센터나 지구대, 관공서엘 가도 친절한 사람들 뿐이다.

이곳 대전, 내가 정들어 40년 넘게 살고 있는 곳. 대전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거나 친절하고 다정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좋은 품성은 무형의 큰 자산이라고 한다. 그중에 '친절'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해주는 처방전이다. 있는 분들이 친절하면 겸손하다하고, 없는 분들이 친절하면 비굴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유 없이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라.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을 보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을 경계할 이유가 뭐 있겠으며, 가까운 주민센터나 경찰관서를 찾을 때 그들로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되는 경우 뭐 경계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의 친절 때문에 일어난 또 다른 감사의 보답이었다.

호수돈 여고 앞길을 지나 선화동으로 가는 도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화초등학교 앞 도로는 언제나 차가 밀린다. 신호를 두세 번 받아야 큰 길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곁골목에서 진입하려는 차들은 끼어들 수도 없을뿐더러 아예 끼어주려고 양보하는 운전사도 없었다. 곁 골목에도 여러 대의 승용차들이 진입하기 위해 깜박이를 켜고 대기 중에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망설였다. 끼어 줄까말까. 곁에 앉아있는 내 우선순위(아내)는 답답하면 소리를 마구 지른다. 치매 4급이다. 빨리 가라는 소리를 계속 질러 댄다. 그 소릴 듣고 양보를 하게 되면 더 큰소리로 욕을 해가며 소리 지를 게 뻔하다.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웃어주었다. 양보하자는 표정임을 우선순위는 알고 있다. 그동안 함께 다니며 여러 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중이던 차를 앞세워 가게 했다. 고맙다는 깜박이를 켜주어 인사를 했다. 그러면 그렇지. 얌체족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 차가 앞에 가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맘이 그렇게 편 할 수가 없었다. 양보에서 오는 편안함이었다. 큰길로 나서자 앞서가던 차에서 뒤 따라 오라는 신호를 손으로 해 왔다. 앞 차를 따라 뒤에 차를 세웠다. 40이 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분이었다. 다가오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다음 트렁크에서 감귤 한 상자를 꺼내 내 차에 실어주는 게 아닌가! 너무나 고마워서 그러노라고. 몇 번 사양을 헸지만 거절 할 수가 없었다. 필라델피아 작은 호텔의 종업원이던 조지 볼트는 친절때문에 뉴욕 월도프 아리스 토리아 호텔 사장이 되었고, 나는 남을 위한 배려 때문에 귀한 귤 한 상자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고맙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내와 어디를 가든 동행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치매에 걸린 지 5년이나 되었다. 치매 4급인데도 주간 보호센터나 복지사의 도움을 싫어하기에 언제나, 어딜 가나 함께 다녀야 한다.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행복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손빨래를 하며 시장을 함께 보러 다닌다는 것. 병든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그 행복을 아내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됐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내가 아픈 것이다. 아내의 도움을 받지 못할뿐더러 치료 받기 위해 병원도 함께 가야 한다. 오른 쪽 팔이 아픈 건 그래도 참아가며 병원엘 가지 않았다. 물리치료 받는 시간이 길어 아내를 누구에게 부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어금니 두 개가 부스러져 음식을 씹을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찾은 곳이 원광대 치과 병원이다.

지하주차장 관리하는 분부터 친절했다. 대부분 주차관리요원은 연세 드신 분들로 '갑'의 행세를 하지만 이곳 주차 관리 어르신은 태도부터 친절했다. 큰 병원을 처음 찾는 필자로선 어디를 가서 어떤 순서로 치료를 받을지 몰랐다. 그것을 친절히 안내해주셨다.

4층으로 올라와 순번 대기표를 받아 접수하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의 아가씨 친절 때문이다.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속 머리카락이 희끗거리는 중년의 아가씨였다.

부서를 찾아 옮길 때마다 내 왼손엔 아내의 오른 손이 잡혀 있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기분 상태가 좋은 모양이다. 신기한 듯 말을 많이 해가며 떠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손잡고 다니는 우리 부부에게 쏠리고 있음을 느꼈다.

의사와 면담을 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는 동안 내 아내의 오른 손은 간호사들의 왼 손에 옮겨졌다. 그리고 간호사들이 아내를 돌보아 주었다.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 곁에 다른 의자를 갖다 주어 아내를 앉게 한 다음 간호사는 그 곁에서 아내를 돌보고. 아내의 눈동자 속에 내 모습이 비쳐야 아내가 진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가 발전 목표로 제시한, 보통 사람들끼리도 서로 도우며 친절로 대하게 되면 이루어진다는 소강사회가 이곳 원광대학교 치과병원 대전 캠퍼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대전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대전 시민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칼럼니스트-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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