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정의는 살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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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정의는 살아 있는가?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1-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정의
게티 이미지 뱅크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가?'를 묻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우선 '정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 '정의'가 우리 사회에 과연 존재하는 가를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고 나서 그럼 자기 스스로는 과연 정의로운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엉키게 되면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지를 답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정의'를 규정하고 규명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오래되었습니다. 굳이 철학적인 사유나 사고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고, 정치나 사회의 규정과 규칙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정의'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글로 정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의(定意)'라는 뜻은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뜻은 영어로 'define'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를 한자로 '正義(정의)'라고 이해하면, 그 뜻은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는 뜻이 됩니다. 영어로는 'justice'의 의미입니다. 물론 이 밖에도 정의라는 말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의'의 의미는 '명백한 규정'을 의미하는 '정의(定意)'와 '올바른 도리'를 의미하는 '정의(正義)'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 두 의미를 갖는 정의가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또 서로 상호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조금은 억지스럽고 또 자의적인 해석이겠지만,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는 그것을 올바르고 진리에 부합하는 도리임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어떤 올바른 도리나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의(定意)'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의(正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고, '정의(正義)'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정의(定意)'를 전제로 가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정의의 개념을 이해할 때, 과연 정의의 어떤 의미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 사회나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은 물론이고 각각의 개인들조차도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접할 때, 명확한 개념이나 인식의 기준도 모호하고, 그에 포함되어 있는 도리나 진리도 알지 못한 채, 그에 대한 평가를 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비판이나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나 어떤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정의(定意)'도 불분명하고 또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정의(正義)'의 존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경영학이나 행정학에서 어떤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고 그에 따라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의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로 조직에 속해 있는 구성원 각자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구성원의 권한의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조직의 구성원이 각자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고 그에 따른 미션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의 '미션 소명'인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자신의 '권한위임'(Empowerment)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미션과 권한'을 인식하기 위해서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의(定意)'와 정의(正義)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업무와 미션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 필요한 규정과 규칙을 인지하는 것이 바로 업무나 임무에 대한 '정의(定意)'를 바로 해야 하는 것이고, 또 과도한 권한의 위임이나 반대로 권한이 부족하여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의 처리나 임무의 규정을 '정의(正義)'에 입각해서 판단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 부조리, 갑질현상, 권한의 남용, 억지 등등 부정적인 많은 것들이 바로 '정의(定意)'와 '정의(正義)'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의(定意)'와 '정의(正義)'에 대한 오해와 자의적인 해석이 자신의 임무에 대한 인식과 권한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정의(定意)'와 '정의(正義)'를 남에게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그 반대로 자신에게 적용할 경우에는 매우 포괄적이고 관대하게 적용하여 자신이 도덕성과 권한을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의(定意)'를 규정함에 있어서 그 잣대가 되는 사회적 또는 개인적 '정의(正義)'를 명확히 하여 진리나 도리에 벗어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사회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정의(正義)'를 인지함에 있어서도 사회의 현상과 일반적인 '정의(定意)'에 따른 명확한 규정과 규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조직과 사회와 개인이 각자의 임무와 의무를 확정하고, 그에 따른 권한의 위임과 행사가 제대로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전제들이 대체로 그리고 최대한 지켜질 경우, '우리 사회는 정의롭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부정부패, 부조리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은 우리 마음까지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위기를 당한 이웃을 생명을 바쳐 구하는 일 등등과 같이 우리 마음을 밝게 비추는 긍정적인 것들이 우리 사회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려는 우리의 노력이 바로 우리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이 우리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임무와 업무를 묵묵히 각자의 위치에서 정의롭게 해가는 것 역시 우리 사회를 바로 만들어 가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어 맑은 하늘이 보이지 않고 숨 쉬는 것조차 두렵고 힘든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보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맑고 밝은 빛이 곳곳에서 비추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 때문에 그래도 우리 사회는 살만한 곳일 것입니다. 이번 주말 나에게 필요한 '정의(定意)'와 '정의(正義)'는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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