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문제는 우리다. 2017년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을 포함)은 24%에 불과하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21세기 보릿고개는 60년대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60년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약 90%였으나, 부족한 식량은 미국 등으로부터 옥수수, 밀가루, 우유 등을 원조받아 충당했다. 60년대에 비하면 고생산 품종, 충분한 농약과 비료 등 농업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비 돼 있는데 어쩌다 자급이 24%로 뚝 떨어졌는가?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고 두 번째는 농지훼손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농지면적이 약 230만ha이었으나 농지가 산업단지, 택지, 도로건설 등으로 전용돼 현재는 163만ha로 크게 감소했다. 지금도 매년 약 2만ha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세종시만 하더라도 얼마 전까지 절대농지였다. 그리고 농촌인구 고령화와 타산이 맞지 않아 적지 않은 농지를 놀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은 국가 농업·식량안보에 관한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와 공동으로 3차례 개최했다. 지난 10월 29일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연구회와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에 대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식량안보 R&D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우리 식량안보 해법은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식량자주율은 100%를 웃돈다. 식량자주율은 국내 곡물 생산량에 해외에서 조달하는 식량을 합한 것이다. 우리는 해외농업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나 식량자주율과 곡물자급률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해외농업을 추진하여 미쯔비시물산 등이 해외에서 직간접으로 가용하는 농지면적은 자국농지의 3배(1200만ha)에 달한다. 또 중국은 14억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안보를 국가정책에 최우선 시 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농산물에서 수입이 많아지던 2004년부터 매년 초 국무원과 공산당이 국가 현안문제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15년 연속 3농(농촌, 농업, 농민)을 다루면서 식량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약 50조원으로 매수하여,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특화된 농업 R&D 추진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부처의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설정되어 있지만 법적 실효성이 없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국민, 정치인, 전문가 등이 사실(현실)을 토대로 모두가 공감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빨리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생존과 관련된 식량안보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가칭)식량안보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 세계 식량수급사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력양성, R&D 추진, 해외농업 등의 중장기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행스럽게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세계는 이상기후 탓에 식량 사정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생존의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비무한의 정신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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