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법' 제정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법' 제정 시급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19-01-17 14:01
  • 신문게재 2019-01-18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곽상수 생명연 박사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현재 세계인구 75억 명 가운데 약 10억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에 달할 것이며 현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에는 지금의 1.7배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FAO는 ‘식량·영양안보’를 모든 사람들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에 필요한 영양적 요구와 음식의 기초를 만족 시키는 충분하고 안전한 식품을 물리적, 경제적으로 항상 접근 가능할 때 달성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2017년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을 포함)은 24%에 불과하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21세기 보릿고개는 60년대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60년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약 90%였으나, 부족한 식량은 미국 등으로부터 옥수수, 밀가루, 우유 등을 원조받아 충당했다. 60년대에 비하면 고생산 품종, 충분한 농약과 비료 등 농업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비 돼 있는데 어쩌다 자급이 24%로 뚝 떨어졌는가?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고 두 번째는 농지훼손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농지면적이 약 230만ha이었으나 농지가 산업단지, 택지, 도로건설 등으로 전용돼 현재는 163만ha로 크게 감소했다. 지금도 매년 약 2만ha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세종시만 하더라도 얼마 전까지 절대농지였다. 그리고 농촌인구 고령화와 타산이 맞지 않아 적지 않은 농지를 놀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은 국가 농업·식량안보에 관한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와 공동으로 3차례 개최했다. 지난 10월 29일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연구회와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에 대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식량안보 R&D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우리 식량안보 해법은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식량자주율은 100%를 웃돈다. 식량자주율은 국내 곡물 생산량에 해외에서 조달하는 식량을 합한 것이다. 우리는 해외농업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나 식량자주율과 곡물자급률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해외농업을 추진하여 미쯔비시물산 등이 해외에서 직간접으로 가용하는 농지면적은 자국농지의 3배(1200만ha)에 달한다. 또 중국은 14억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안보를 국가정책에 최우선 시 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농산물에서 수입이 많아지던 2004년부터 매년 초 국무원과 공산당이 국가 현안문제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15년 연속 3농(농촌, 농업, 농민)을 다루면서 식량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약 50조원으로 매수하여,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특화된 농업 R&D 추진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부처의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설정되어 있지만 법적 실효성이 없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국민, 정치인, 전문가 등이 사실(현실)을 토대로 모두가 공감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빨리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생존과 관련된 식량안보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가칭)식량안보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 세계 식량수급사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력양성, R&D 추진, 해외농업 등의 중장기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행스럽게 1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세계는 이상기후 탓에 식량 사정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닌 국가생존의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비무한의 정신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