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기계(주) 공주공장 사무동. |
16일 지역경제계 등에 따르면, 충청권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공주의 삼영기계(주)(대표 한금태)가 거래처였던 현대중공업이 핵심기술을 탈취해 갔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대전지검에 송치된 상태다.
엔진 부품을 제조하는 삼영기계는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인 '피스톤' 제품을 1997년부터 양산용으로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일부 제품은 2004년에 개발해 2005년부터 양산품으로 납품했다.
그러던 중 2012년 8월부터 2016년까지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생산의 모든 공정에 대한 제조기술 관련 문서를 요구했다는 게 삼영기계 측의 주장이다. 요구문서는 모두 삼영기계의 핵심기술 자료다. 거래하는 대기업의 요청이라 삼영기계는 해당 문서를 넘겼다.
삼영기계 측 관계자는 “자료를 넘긴 후부터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의 피스톤 납품량을 점차 줄였고, 결국 지난해 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해당 문건을 통해 피스톤 제작기술을 탈취해 갔다며 2017년 경찰에 고발했다.
대기업들의 기술탈취 문제가 경제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알려지면서 지난해 8월에는 국회에서 중소기업의 피해 근절을 위한 토론회까지 마련됐다. 토론회는 대기업들이 '갑' 입장에 서서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회적인 비판이 높은 가운데, 이와 관련한 피해를 보는 '을'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현대로템 피해업체 썬에어로시스, 현대중공업 피해업체 삼영기계, 금융감독원 피해업체 짚코드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대기업 기술탈취 피해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4일에도 국회에서는 '현대중공업 문제점 진단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삼영기계는 발제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에 요구해 탈취한 모든 기술자료는 수십 년에 걸친 삼영기계 사원들의 피땀 흘린 노력과 투자를 통해 이룬 핵심기술 자산"이라며 "현대중공업은 갑의 위치에서 탈취하고, 2원화, 3원화 업체로 불법유출과 유용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강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로부터 탈취한 기술로 생산한 제품으로 자신들만이 A/S 시장에서 독점하고, 불공정한 제3자 판매금지특약을 이유로 삼영기계의 자체 핵심기술로 개발, 제조한 제품의 수출판로를 금지하고 있는 점은 불공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측은 기술탈취 사실을 부정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16일 중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기술은 삼영기계가 아닌 현대중공업의 기술로,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도면에 따라 부품을 제작해 납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스톤 등 엔진부품은 개별 부품단위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부품들과의 조립, 구동, 성능, 내구성 등 복잡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엔진 전체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설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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