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 정치권에선 연정 시도는 심심치 않게 이뤄져 왔으나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실제 지난 2005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야권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9대 대선과정에서도 일부 후보가 대연정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정시도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여야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권력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고 야당 입장에선 현 정권 영향력에 놓이는 것이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최근 들어 정치권 협업은 협치(協治)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협치는 힘을 모아 정국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집권당이 내각 일부 자리를 야당에 내어주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간 지난해 11월 5일 첫 번째로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협치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에서 2차회의 개최를 요청할 만큼 여기에 애착을 보였다. 야당도 반응이 좋다. 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국정운영을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입장에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이만한 컨벤션 효과는 없다. 정부여당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닌 국정협력을 위한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도일보가 연속 보도한 대전판 여야정협의체 구성이 탄력을 받고 있어 지역 정가의 촉각이 모인다. 충청권은 민주당이 지방정부와 광역의회를 모두 장악, 일당독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협치의 제도화'가 절실하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중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1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여야 정치권의 논의를 제안했다. 이날 조 위원장의 발언은 허 시장과 만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육동일 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 신용현 바른미래당 대전시당위원장, 김윤기 대전시당위원장도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제 허태정 대전시장이 응답하는 것만이 남았다. 여야정협의체는 허 시장에게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 여야정협의체가동때 야당의 시정에 대한 비판은 당연한 것이며 이 과정은 시정발전을 위한 소통의 과정이다. 허 시장이 걱정할 대목이 아니다. 민선7기 2년차를 맞는 허 시장에겐 올 한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허 시장 개인 뿐만 아니라 대전 전체의 전력강화를 위해서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 4차산업혁명특별시 조성을 위한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도시철도2호선 트램, 베이스볼드림파크 등 현안사업이 본격 시동이 걸리는 때로 입법과 예산확보 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허 시장과 대전시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야정이 '원팀'으로 힘을 합칠 때 빛을 발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명분은 차고 넘치며 멍석도 깔려 있다. 허 시장의 용단만 남았다.
강제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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