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공명선거 다짐 헛구호?... 불탈법 선거 우려

조합장 선거 두달 앞두고 불법행위 기승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는 3월 치러질 제2회 전국동시 농협 지역조합장 선거를 2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며 '진흙탕 선거'로 치닫고 있다.

농협 대전과 충남본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강조한 ‘공명 선거’가 헛구호에 그칠 정도다.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대전지검에서 조사를 받는 이들은 모두 9명이다. 대전지역 4명과 충남 홍성 광천농협 2명, 금산 부리농협, 아산원예농협, 서천 한산농협 1명씩 등이다.

금산 부리농협 한 입후보 예정자인 A 씨는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홍삼제품을 건넨 혐의로 덜미를 잡혀 충남선관위에 의해 지난해 12월 대전지검에 고발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조합원 20여 가구를 돌며 "조합장선거에 출마하려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말하고 이 중 15명에 현금 100만원과 110여 만원 상당의 홍삼제품을 전달하는 등 불법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의 한 조합은 상대 후보의 비리가 의심스럽다며 선관위에 민원을 제기해 조사가 진행되기도 하는 등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농협은 각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동시조합장 선거를 대비해 선거법 특강을 수차례 진행하는 등 혼탁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전농협 관계자는 "아직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가 아닌 데다, 조합장 선거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선관위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공명선거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지도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춰 조합장선거가 불법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조합장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과열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조합장 선거가 정책과 비전은 뒷전이고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2015년 치러진 제1회 조합장선거 때도 위법행위가 상당했다.

대전지검은 당시 92명을 기소하고, 45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금품선거 사범이 8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흑색선전 사범 14명, 불법선전 5명, 기타 29명 순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자 선관위는 금품제공 행위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을 최고 3억원까지 지급하고 제공받은 사람에게도 10~1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다.

선관위는 선거 위탁 개시일인 지난해 9월 21일부터 기부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으며 선거공보를 자체적으로 발송할 수 없고 공보내용에 제3자 추천사 게재 등도 제한된다.

한편 제2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일은 2019년 3월 13일이며, 후보자등록 신청은 2월 26일~27일이다.
원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