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원광연 이사장이 최근 신년사에서 PBS 개선 의지를 드러내면서 개선안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NST는 지난 10일 원광연 이사장 신년사를 통해 출연연 자율성 증대를 위한 제도 혁신 계획을 드러냈다. 원광연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출연연의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담보하는 '해야 하는 연구'의 출연금 비중을 상향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강조하는 R&R(역할·책임)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 출연금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원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중장기적이고 대규모인 연구과제는 프로그램화 해 기관장의 책임 아래 수행해야 한다'고 밝혀 정부 공모인 PBS가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출연연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명했다.
PBS 개선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현재 뚜렷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진행된 전문가 토론회와 출연연 현장의 목소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달 10일께 화학연·국가핵융합연구소 등을 방문해 출연연의 목소리를 청취한 바 있다.
출연금 비중 상향이 예상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기초과학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출연금 중심으로 하고 기술시장이 형성된 분야의 연구원은 PBS를 중심으로 하는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개선안은 올해 2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과학계는 출연연의 R&R(역할·책임)이라는 큰 틀을 제시하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소액 다수' 과제로 대변되는 PBS 시스템을 개선하고 출연연에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상위 기관인 과기정통부의 방향과 완전히 상충 되는 추진 계획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두 기관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쟁 방식인 PBS의 장점은 살리되 인건비 충당을 명분으로 특정 연구자가 과제를 과다 수주하는 폐단을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연구자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는 과제는 충분한 편"이라며 "공모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연구팀의 행태를 차단하는 장치만 마련해도 PBS 개선안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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