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황금 돼지, 새해가 밝았다. 돼지는 인간이 먹던 음식을 나눠 먹었기 때문에 식성이 유사하고, 포유류이기 때문에 생리와 해부학적 특성이 인간과 가깝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인간 장기의 모체가 되는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를 돼지에게 이식해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생리와 대사를 연구하기 위해 음식과 생리활성 물질을 무균돼지에게 먹이고 위와 혈액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대사 작용이 일어나는지도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폐사율이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바이러스 유전자가 국내에서 처음 검출됐다. 중국에서는 북부로부터 시작된 돼지열병이 중부와 동부까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잠복기가 1000일이라고 하며 백신도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인간이 돼지를 가축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동물이 인간의 최대 먹거리가 됐을까. 바이러스는 서로 간에 유전자를 교환하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기 위해 어떤 동물을 선택했을까.
2019년에는 ‘우버’가 자율주행 택시와 무인 비행 택시를 선보이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 업체는 자율주행차를 2020년에 상용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는 활성화 될 것이고 자동차 생산 기업은 생산보다는 운행 시스템을 관장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이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는 것은 그들의 통찰력과 직관력 때문에 가능했다. 르네상스 시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낳았던 것처럼, 상상력의 시대와 문화가 인재를 낳는다.
다빈치는 상상력에 근거해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작성하고, 기존의 이론과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냈으며 모순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포를 다룰 줄도 몰랐음에도, 포탄의 비행 궤도를 상상력에 근거하여 설계할 수 있었으며 회화, 건축, 기계, 해부학 등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하고 연결하는 상상력을 가진 인재들을 길러내려면 학교는 미래에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어쩌면 지금의 학교라는 틀은 미래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책상에 앉아 상상력을 억압당하고 문제를 풀고 해답을 얻어내는 교육이 아니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경험해 실현하길 권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모든 수업을 온라인 화상교육으로 하며, 세계 7개국에 기숙사를 만들어 놓고 문화와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육하는 미네르바스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업 전에 영상 강의를 듣거나 논문이나 책을 읽고 와서 토론식 수업을 하며 실습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유전자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교육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향상된 경험을 제공해 상상력을 극대화한 몰입 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이성적 인간과 직업인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 인문학과 예술의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한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상상력은 누구에게든 불편한 도구일 수 있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기술과 문화의 원동력이 됐으며, 상상력과 기술은 상호 보완해 확대 재생산되는 관계로 발전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단지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념과 기술을 서로 융합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지식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이터들을 하나의 생각과 문화들로 엮어가는 기술이며.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고, 정약용이 그러했다.
돈키호테는 "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 중에 이룰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건가?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들이 미친건가?" 라고 말했다. 50세가 되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했다지만, 하늘의 이치를 깨닫기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40세는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했다.
새해에는 다양한 지식과 인문학에 미혹돼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어쩌다 어른이 아니라 아직도 어른이 아닌, 40세가 되지 않은 나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2019년 황금돼지해에 교육이 변화하는 상상을 하고 학생들의 상상력에 보람을 느끼는 복됨을 선사 받길 꿈꾼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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