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A체육센터 직원 횡령파문과 관련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사과성명 발표 등 행정당국이 '강 건너 불구경' 태도에서 적극대응기조로 180도 바뀐 배경에 지역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선7기 출범 2년 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에 자칫 내부 악재에 발목이 잡혀 구정동력이 약화 될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이번 파문을 구청장 '측근 비리'로 규정한 상황에서 머뭇거리다가는 전방위적인 대여(對與)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서구체육회장인 장 청장은 지난 10일 '구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사과성명을 내고 이번 파문이 진앙지인 A체육센터 내 서람이 스포츠클럽에 대해 "감사 후 엄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이같이 밝힌 뒤 "서람이스포츠 클럽 횡령 비리로 구민 여러분과 체육관계자 분들께 큰 실망을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구청은 또 같은날 오후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국당 대전시당의 성명서 내용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다. 구는 "한국당 대전시당에서 밝힌 서람이클럽 횡령액 2억원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인 자체 감사결과 7000여만원이었으며 다음주 감사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장 청장은 물론 서구가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불과 수일전 중도일보 취재 초기 "관리 감독이 안 됐다기보다 개인 일탈 행위로 나온 문제"라며 "구 자체감사와 대한체육회 감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미지근한 반응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A체육센터 관리감독 책임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횡령파문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으로 일관하기에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받는 장종태 청장은 민선7기 2년차로 접어드는 2019년에 가시적인 구정 성과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직원의 비리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될 경우 구정 동력이 약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 발빠른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으로서 야권의 공세를 사전차단 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얼마 전 논평을 내고 이번 파문을 장 청장의 '측근비리'로 규정하며 장 청장을 압박했다.
시당은 "세금 도둑질 사건이자 지방정부 권력층의 측근 비리 비호·은폐 시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서구체육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서구청장은 경찰 수사 착수도 하기 전에 자신의 측근에 대해 어떤 징계 절차도 밟지 않고 부랴부랴 사직처리를 해줘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었다"고 공세수위를 높인 바 있다.
당장 22일부터 시작되는 서구의회 제248회 임시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횡령파문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쏟아낼 태세로 야권의 대여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폭풍전야를 앞두고 장 청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지난해 '돈선거 파문' 등을 거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대전지역 여권으로선 더욱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관측도 장 청장과 서구청의 태도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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