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남편을 통해 온 충고 메시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공감 톡] 남편을 통해 온 충고 메시지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9-01-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정리를 잘 못하는 건 너에게 큰 걸림돌이야."

모처럼 성인이 된 딸아이와 함께 곱창 집에서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이다가 느닷없이 남편이 쏘아붙인다. 깔끔한 남편은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내가 늘 불만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꼭 해야만 했냐!

기분이 확 상했다. 지금 이 자리는 곧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 딸이 친구들과 술을 먹기 전에 부모와 함께 먹어보는 시간이었다. 딸의 주량과 술을 먹었을 때 나오는 행동 즉, 주사(酒邪)를 알아보고 부모로서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안 해도 치워주는 내가 있으니까 안 하는 거지?"

남편은 내가 안 해도 치워주는 자기가 있어서 내가 정리를 스스로 안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잘 해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나는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여건 상 잘 안 되는 상황을 변명 겸 설명을 하려고 했다.

"아니, 넌 안 하는 거야. 왜냐하면 결국 다 해주는 내가 있기 때문이지."

남편은 계속 그렇게 단정을 지어버렸다. 그렇게 되니 더 이상 입이 다물어져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게 그 자리는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못난 내가 남편의 충고에 삐져버린 못난 여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늘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우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남이 해주는 말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고 나에게 해주는 하늘의 소리라고 여기고 늘 받아드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가 나에게 아무리 모진 소리를 해도 밉지 않다고…….

하지만 오늘 난 내게 모질게 충고하는 남편이 미웠다. 그때 나는 남편을 통해 나에게 온 충고의 소리를 받아드리지 못한 것이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도를 깨쳐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라고 해도 화는 납니다. 다만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오느냐죠"

법정스님의 말씀이었다.

남편이 담배 얘기만 하면 화를 냈던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지금 남편은 금연을 하기 위해 무지 애를 쓰고 있다. 이제 나도 남편을 통해 나에게 온 충고의 메시지를 잘 받아드려 새해에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마음을 가지고 나를 더욱 낮추고 겸손해하며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럼 집안 정리도 더 잘하겠지.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