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주개발 추진사업에서 향후 출연연(항우연) 중심을 벗어나 민간 주관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관련 국내외 시장 확대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기 단계의 한국 우주산업을 3조 7000억 규모의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30년간 담당해오던 체계·위성·발사체 개발 분야를 민간 기업에 이양하고, 미확보 기술 및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항우연이 담당하게 될 '미확보 기술 및 신기술'이 무엇인지 구체적 성격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으로 항우연과 관계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업계는 성급한 방향전환이 우주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달리 우주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실정에서, 기술개발 속도만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항공 관련 학과 교수는 "민간주도의 우주산업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과기정통부가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대대적 지원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우주산업은 수익구조가 열악한 형편이다. 지난 2012년 나로호 개발에 참여했던 대기업 중 우주산업에서 남은 곳(2017년 기준)은 발사대 건설을 담당한 한화와 현대중공업뿐이다. 나로호 조립을 맡은 대한항공은 발을 뺐고 추진체 터보펌프를 개발한 삼성테크윈과 관성항법유도시스템을 구축한 두산DSP는 한화로 합병됐다. 2017년 기준으로 30대 기업 중 우주산업 종사 업체는 한화, 현대로템(현기차 계열사), 현대중공업이다.
미국의 NASA 운영과 같이 우주개발 과정에서 기관 주도 기조를 유지하되 민간과의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투자 끝에 본궤도에 오른 스페이스X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 현실에서 민간 주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NASA와 스페이스X의 협업체계를 면밀히 살피고 바람직한 방안을 궁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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