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나가서야
섬도 하나의 큰 바위임을 안다
바다 깊이 떠받치고 있는
돌의 힘,
인간 세상
발아래 까마득한 벼랑을 본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 해의 물길 가득 들어와 있습니다. 포구엔 갈매기 떼로 날고 이제 떠나갈 뱃사람들의 설렘으로 넘실대는 바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는 얼마 전 한 해의 끄트머리를 통과해 왔지요. 밀물의 그득함은 언제나 썰물의 바닥을 딛고 차오른 것. 가득한 것도 언젠가 다 비워서 맨땅을 드러내는 법. 그때야 우리는 이 세상 이치를 깨닫는 것이니. 바위도 물에 기대어야 섬으로 떠오르는 것이지요. 그 신뢰와 사랑으로 올 한해도 더 따뜻할 거라 믿어요.
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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