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공론화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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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론화 잔상

행정과학부 임효인 기자

  • 승인 2019-01-09 16:00
  • 수정 2020-07-19 10:28
  • 신문게재 2019-01-10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몇 주 전 어느 토요일이었다. 전날까지 하루 꽉 채워 일하고 주말에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지만 마음 한편에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 2018년의 마지막 달 15일. 그날 나는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대전시청에 있었다. 대전시민의 첫 공론화 마지막 숙의 토론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시민. 시(市)에 사는 사람이란 의미를 넘어 그들은 시의 주인이었다. 월평공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은 진지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극적이었고 기대보다 똑똑했다. 10명씩 둘러앉은 자리에서 시민참여단은 처음엔 약간 어색함을 느끼는가 하더니 이내 생각을 술술 털어놨다. 본인과 다른 의견에도 경청하고 어느 지점에서 생각이 다른지 조곤조곤 설명했다. 궁금한 것들을 적어내는 질문지는 여러 물음표로 가득 찼다.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유선전화만으로 참여단을 구성하는 것은 집전화가 없는 대다수 대전시민을 배제시킨 것으로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차례 멈춰 섰던 공론화가 힘들게 다시 진행돼서 그럴까. 그동안의 시간들이 더 드라마틱 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벌써 한 달여 전의 일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공론화 참여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짧은 시간 찬반 양측의 주장을 공부하는 게 어렵다고 털어놓았던 시민. 휴대폰 계산기를 실행시켜 숫자를 두드린 시민. 불편한 몸이지만 옆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분임토의에 참여한 장애인 시민. 찬반 양측 전문가를 당황하게 한 '서로 칭찬할 점'을 물어본 분임과 질문자. 분임토의를 이끌며 참여단의 적극성을 발휘시킨 모더레이터들. 시민참여단 159명이 모두 열정적이진 않았다. 간혹 피곤했던지 자고 있는 시민들이 보였고 "무조건 찬/반"을 적어놓고 분임토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말 극소수였다. 대다수의 시민참여단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마무리발언자로 나선 조호정 씨의 발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도솔산을 지키기 위해 대전시청 앞에서 또래들과 벌인 환경운동 장면을 보여줬다. 그때 친구들과 만든 음악도 들려줬다. 시민참여단의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발언에 대한 감동은 마지막 소감 나누기 시간에도 언급됐다. 한 시민은 "마지막 발언을 듣고 분임토의장으로 올라가는데 어느 분이 '우리는 애들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가슴이 짠하더라. 이번 숙의토론 과정 겪으면서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시정을 봐야겠다. 동네부터 봐야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첫 공론화가 한 시민에게 이런 의미를 안겼다.

우여곡절 끝에 첫 공론화가 마무리됐다. 시민참여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난 과정만큼 앞으로의 시간도 중요하다. 시민참여단이 내놓은 결과가 얼마나 의미 있게 시정에 반영되는지 말이다. 거기에 시민의 정부를 그리는 대전시의 미래가 있다. 행정과학부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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