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연말파티에서 다문화자녀가 고리 던지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러시아 전통 연극 후 카스모바 굴나즈(가운데 위) 명예기자와 다문화자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매년 대전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러시아식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었다. 하지만 왠지 올해부터는 세종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나라의 전통문화를 꼭 알려 주고 싶었다. '우선 뭐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세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센터를 찾아 갔다. 센터장님을 만나서 파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정말 좋아하셨다. 센터장님께서도 '비슷한 파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운을 떼 놓고 다음 준비를 시작했다. 파티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러시아 전통 동화 연극을 할 예정이었다. 제일 먼저 산타할아버지하고 손녀딸 역학을 할 사람을 찾아야 되는데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산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한테 부탁할까 궁리 끝에 우리 시아버지를 선택했다.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선뜻 응해주신 시아버지께 정말 고마웠다. 손녀딸 역할은 내가 하고 토끼, 마귀할머니는 친구들이 하기로 정했다. 시간이 짧아서 2번 밖에 연습을 못했다. 그리고 12월 22일! 드디어 행사 날이 되었다. 세종시, 공주시 다문화가정과 아이들까지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다.
연습도 조금 밖에 못했고 한 번도 대중들 앞에 나가서 연기 해본 적이 없는 우리다. 하지만 우리는 진짜 배우들처럼 예쁘게 변장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러시아어만 쓰기로 하고 우리 시아버지께서도 러시아어를 배우셨다. 역할극이 끝난 후 아이들하고 게임도 하고 집에서 준비한 러시아음식을 맛있게 먹고 행사를 마쳤다.
세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우리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행사는 감히 엄두도 못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파이팅하고 올해보다 더 재미있는 행사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카스모바 굴나즈(키르기스스탄), 박영애(한국)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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